휘발성유기화합물 검출 불구
“인체위해성은 평가할 수 없다”
소비자들 “어떤 제품 믿고 쓰나”
정부의 명확한 설명 없어 혼란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여성환경연대의 ‘생리대 방출물질 검출시험’에 사용된 일회용 생리대 제품명을 4일 전격 공개했다. 제품명을 밝히라는 소비자 요구가 빗발친 데 따른 것이다. 그러나 이날 발표는 ‘어떤 생리대를 믿고 써야 하냐’는 정보는 전혀 담고 있지 않아 소비자의 불안과 혼란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 식약처는 민간 전문가들과 함께 ‘생리대 안전 검증 위원회’ 2차 회의를 열고 김만구 강원대 교수가 여성환경연대의 의뢰를 받아 실시한 시험에 쓰인 제품명과 휘발성유기화합물(TVOC) 검출량을 공개했다.
검사에 쓰인 중형 생리대 제품은 ▦깨끗한나라의 ‘순수한면 울트라슈퍼가드’(TVOC 방출량 개당 6,560ngㆍ1ng=10억분의 1g) ▦엘지유니참의 ‘바디피트 귀애랑 울트라슬림날개형’(4,658ng) ▦유한킴벌리의 ‘좋은느낌2 울트라 중형 날개형에이’(3,761ng) ▦P&G의 ‘위스퍼 보송보송케어울트라슬림날개형’(3,479ng) ▦엘지유니참의 ‘바디피트볼록맞춤울트라슬림날개형’(2,468ng) 등 5개다. 다른 일회용 생리대와 달리 빨아서 다시 쓸 수 있는 면 생리대로 유일하게 시험 대상에 포함된 트리플라이프의 ‘그나랜시크릿면생리대’는 TVOC 방출량이 1만1,606ng로 나타났다. 단, 물에 세척할 때와 삶아서 세척할 때 TVOC 농도가 각각 3,225ng, 84ng로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팬티라이너 제품은 ▦깨끗한나라 ‘릴리안 베이비파우더향(수퍼롱)’(2만4,752ng) ▦깨끗한나라 ‘릴리안 로즈향(수퍼롱)’(3,608ng) ▦유한킴벌리 ‘화이트 에니데이 로즈마리향’(3,586ng) ▦유한킴벌리 ‘좋은느낌 좋은순면라이너’(2,838ng) ▦유한킴벌리 ‘화이트 에니데이 순면커버 일반’(2,554ng) 등이 시험 대상 제품인 것으로 확인됐다.
식약처는 제품명 공개 결정이 시민단체의 시험 결과를 공식적으로 인정한다는 의미는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김춘래 식약처 의약외품정책과장은 “휘발성유기화합물 검출 사실 만으로 인체 위해성은 평가할 수 없는 만큼 지나친 걱정을 할 필요가 없지만, 정보가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아 생기는 국민 혼란을 고려해 민간 연구 결과를 공개한 것”이라며 “9월 말까지 시판 중인 모든 생리대 제품에 대해 휘발성유기화합물 중 독성물질 10종의 위해 평가 조사를 실시한 결과를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식약처의 제품명 공개로 그동안 깨끗한나라의 릴리안에만 쏟아졌던 포화는 모든 생리대 제조사와 제품으로 확산되는 모습이다. 특히 총휘발성유기화합물은 릴리안에서 가장 많이 방출되는 것으로 나오지만, 개별 휘발성유기화합물 수치를 보면 업계 1위인 유한킴벌리가 더 높게 나오는 경우가 많다. 중형생리대의 경우 발암성 1군인 트리클로로에틸렌은 깨끗한나라 제품에선 검출되지 않았지만 유한킴벌리 좋은느낌2(3ng), 엘지유니참 바디피트 볼록맞춤(3ng), P&G 위스퍼 보송보송케어(2ng), 엘지유니참 바디피트 귀애랑(3ng)에서는 검출됐다. 발암성 3군인 에틸벤젠의 경우 유한킴벌리 좋은느낌2(6ng)이 깨끗한나라 순수한면(5ng)보다 수치가 높았다.
해당 제품 제조사들은 제품명 공개 직후 “국내외 안전기준에 부합하게 생산됐다”며 시험 결과에 반박했다. 특히 유한킴벌리는 “아직 안전기준이 마련되지 않은 유해 휘발성유기화합물에 대해서도 실내 공기 질과 먹는 물 기준으로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일각에서는 유한킴벌리가 여성환경연대의 연구를 지원했다는 의혹을 끊임없이 제기하는 상황이다.
소비자들은 여전히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직장인 신수정(34)씨는 “릴리안을 2년간 사용하다가 유한킴벌리 제품을 이틀 전 새로 구매했는데, 모든 제품이 불안하다고 하면 앞으로 어떤 제품을 써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김지현 기자 hyun1620@hankookilbo.com
이성택 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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