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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료 깎아달라”
사드 여파로 실적 악화
2분기 298억원 적자 기록
#2
1조대 영업이익 인천공항
“특정기업에 혜택 어려워”
롯데면세점이 인천국제공항 면세점 사업권을 포기할 수도 있다는 강수를 꺼내 들었다. 중국의 사드 보복에 따른 중국인 출입국자 감소로 인한 경영 악화가 심각해지면서 수조원에 이르는 공항 임대료가 부담되니 일시적이라도 임대료를 낮춰달라고 당국을 압박하고 나선 것이다. 인천공항 면세점의 높은 임대료에 대한 논란이 계속됐지만 롯데면세점이 사업권 포기 가능성을 밝힌 건 처음이다.
롯데면세점은 4일 인천공항공사 측에 임대료 인하를 요청했다며 실질적인 임대료 인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인천공항 사업권을 포기하는 방안도 신중하게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인천공항에서 20년 가까이 입점해있는 동안 한 번도 임대료 인하를 요구한 적이 없지만 지금은 너무 힘들다”며 “일반 사업장에서도 시장 상황이 좋지 않으면 건물주가 한시적으로 임대료를 낮춰주고 하지 않느냐”고 말했다.
공항면세점은 임대료가 높아 수익을 내기 어렵지만, 국가의 관문이라는 상징성과 홍보 효과가 있다. 이 때문에 면세점업계는 적자를 감수하며 공항면세점을 운영해왔으나 사드 여파로 시내 면세점 실적이 악화하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업계 1위인 롯데면세점도 지난 2분기 298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롯데면세점의 경우 현 상황이 유지된다면 인천공항에서만 연간 수천억원의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한다.
롯데를 포함한 면세점 업계는 인천공항공사가 지난해 영업이익 1조3000억원을 달성하고 영업이익률이 59.5%에 이르는 등 임대료 인하 여력이 충분하다고 주장한다. 업계는 또 지난해 인천공항공사 영업이익의 약 66%가 면세점 임대료로 채워지는 등 인천공항 발전에 기여해온 만큼 고통 분담 측면에서 선처해 달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인천공항공사 측은 수용하기 어렵다며 면세 시설은 국가계약법과 재산관리 규정에 묶여 있어 특정 기업이나 시설의 임대료를 깎아줄 수 없다는 규정을 그 이유로 들고 있다. 또 기업에 특혜를 준다는 여론의 비판도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30일 사드 피해가 극심해 고통 분담 차원에서 공항면세점 등에 대한 지원책을 내놨다. 제주ㆍ청주ㆍ무안ㆍ양양 등 4개 공항에 대해 면세점과 상업시설 임대료를 30% 깎아주고 납부 시기도 유예해 주기로 했지만 인천공항은 제외했다. 인천공항은 오히려 여객이 증가했고, 면세점 매출액 감소도 임대료를 감면해 줄 상황은 아니라고 판단된다는 게 그 이유다.
이에 대해 면세점 업체들은 “인천공항의 여객 증가는 내국인 이용객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지 면세점 매출의 큰손인 외국인관광객 급감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반박했다.
업계에선 롯데가 인천공항을 압박하기 위해 철수라는 최후의 카드를 꺼내 들었지만 실제 철수까지 이어지진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신라면세점과 신세계면세점 관계자들은 “우리도 쉽지 않은 상황이지만 인천공항 철수까지는 검토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성원 선임기자 sungw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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