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서랍 속 ‘오바마 손편지’
CNN이 입수해 내용 첫 공개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올해 1월 백악관을 떠나면서 후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남긴 손편지 내용이 처음으로 공개됐다. 취임 1년도 안 돼 국내ㆍ외에서 혹독한 리더십 위기를 겪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금도 귀담아들을 만한 조언이다.
3일(현지시간) 미 CNN방송이 입수해 보도한 275단어의 짧은 편지에서 오바마 전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민주주의 수호와 국민의 삶 보호 등 애정 어린 당부를 전했다. 미국 전임 대통령이 후임자에게 성공적 임기를 기원하는 손편지를 집무실 서랍에 남기는 것은 백악관의 오랜 전통이다.
오바마는 서두에서 “놀라운 승리를 축하한다”며 “수백만명이 당신에게 희망을 선사했고, 우리는 정파에 관계없이 재임 기간 번영과 안전이 확대되기를 희망한다”고 덕담했다. 그러면서 “이곳(백악관)은 성공을 위한 명확한 청사진이 없는 독특한 사무실”이라며 자신의 집권 8년 동안 반성에서 비롯된 네 가지 메시지를 남겼다.
오바마가 가장 먼저 강조한 부분은 ‘사회적 약자’를 보듬어 달라는 당부였다. 그는 “국민 모두가 우리처럼 운이 좋은 것은 아니다”라고 전제한 뒤 “열심히 일하는 아이들과 부모를 위해 ‘성공 사다리’를 만들어 달라”고 했다. 국제사회에서 차지하는 미국의 위상도 언급했다. 오바마는 “세계에서 미국의 리더십은 매우 중요하다. 냉전 종식 이후 국제질서를 유지하는 문제는 우리의 행동과 모범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또 “우리는 이 사무실의 임시 거주자”라며 “법의 원칙, 권력 분립 등 민주주의 제도와 전통의 수호자가 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힘든 시간을 견뎌 내려면 “친구들이나 가족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라”는 개인적 바람도 덧붙였다.
트럼프는 취임 직후 ABC방송과 인터뷰에서 오바마의 손편지를 “아름답다”고 언급한 바 있다. 편지 공개 후 오바마 정부에서 백악관 선임고문을 지낸 데이비드 액셀로드는 트위터에 “정말 현명하고 설득력 있는 충고이다. 하지만 이를 완전히 무시해 온 현직 대통령을 보면 슬프기 그지없다”고 썼다.
김이삭 기자 hir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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