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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 시인 "지난 5년 불가피하게 어려운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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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 시인 "지난 5년 불가피하게 어려운 시간"

입력
2017.09.04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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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 시인은 다섯 번째 시집을 묶은 지난 5년을 “제 시의 언어가 이렇게 힘이 없을 수 있나, 무기력한 상태지만 멈추면 안됐던 시기”라고 말했다. 왕태석 기자 kingwang@hankookilbo.com
이원 시인은 다섯 번째 시집을 묶은 지난 5년을 “제 시의 언어가 이렇게 힘이 없을 수 있나, 무기력한 상태지만 멈추면 안됐던 시기”라고 말했다. 왕태석 기자 kingwang@hankookilbo.com

‘의자의 편에서는 솟았다/ 땅속에서 스스로를 뽑아 올리는 무처럼// 마주해 있던 편에서는 의자가 수직으로 날아올랐다/ 그림자의 편에서는 벽으로 끌어올려졌다// 벽의 편에서는 영문도 모르고 긁혔다//(…)// 의자와 그림자의 사태를 벽은 알 수 없었다’ (‘모두의 밖’)

벽에 걸린 의자를 각각 의자, 그림자, 벽의 시선으로 그린 이 시의 메시지를 요약하면 ‘서로의 속내를 알 수 없어 결국 모두가 스스로 소외된 사람이라 느끼는 시’쯤 되겠다. 연과 연 사이 빈 공간에서 화자가 바뀌는 이 시는, 시에서 연과 행은 단지 ‘호흡의 정리’가 아니라, 화자와 시제와 주어가 배치되는 기준임을 보여준다.

시인은 “모더니스트 시인에게 행과 연은 부호보다 중요한 도구”라고 말했다. 그리고 덧붙였다. “의자, 그림자, 벽은 각자 다른 입장이고 모두 밖에 있다고 느낀다. 사람들은 누구나 자기가 문 밖에 남은 자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1992년 등단해 한국 전위시의 계보를 이어온 이원 시인이 다섯 번째 시집 ‘사랑은 탄생하라’(문학과지성사)를 냈다. 차갑고 이지적인 언어로 디지털 문명, 죽음 등을 담아온 전작과 달리 제목은 서정적이기 이를 데 없다. 네 번째 시집 ‘불가능한 종이의 역사’(2012)를 낸 후에 쓴 첫 시 ‘사람은 탄생하라’의 한 대목에서 가져온 제목이다. 지난 3일 한국일보를 찾은 시인은 시집을 묶은 5년을 “불가피하게 정말 어려운 시간”이라고 말했다.

‘(…) 사람은 절망하라// 사람은 탄생하라/ 사랑은 탄생하라// 우리의 심장을 풀어 다시/ 우리의 심장/ 모두 다른 박동이 모여/ 하나의 심장/ 모두의 숨으로 만드는// 우리의 심장을 풀면/ 심장뿐인 새’ (‘사람은 탄생하라’)

시집 '사랑은 탄생하라'를 낸 이원 시인 왕태석 기자 kingwang@hankookilbo.com
시집 '사랑은 탄생하라'를 낸 이원 시인 왕태석 기자 kingwang@hankookilbo.com

시인의 긴 설명을 옮기면 이렇다. 시집 한 권을 내고 나면 새 폴더를 만들어 신작시를 담아 두는데, 그렇게 해서 2012년 새로 만든 폴더 이름이 이상의 시 ‘선에 관한 각서2’를 패러디한 ‘시는 탄생하라’였다. 박근혜 정부 출범 당시 “기원처럼” 시 ‘사람은 탄생하라’를 썼고, 흉흉한 시 ‘검은 모래’도 발표했다. 아이들이 물이 들어오는 해변 모래에 파묻혀 죽어가는 형상을 그린 ‘검은 모래’는 1년 후 시로여는세상 작품상을 수상했고, 수상 한 달 후 세월호 참사가 발생했다. 건조하고 세련된 방식의 화법에도 변화가 생겼다. 시인은 “세월호와 공동체에 대한 생각이 시에 자연스럽게 녹아 들어있다. 제 시집 치고 서사도 정서도 많이 들어갔다”고 말했다.

5부 61편을 엮은 시집에는 변화가 담겨 있다. 자신의 스타일을 집약한 ‘모두의 밖’으로 문을 연 시집은 어둠과 빛, 밤과 낮, 신맛과 단맛 등 극단의 감각이 충돌하고(1부 ‘애플 스토어’) 뒤섞이는(2부 ‘밤낮’) 이미지를 선보이다, 세월호 참사처럼 시집을 묶는 기간 “심장을 뛰게 한” 사건을 대한 슬픔, 고독, 절망을 담는다(4부 ‘큐브’). 5부 ‘밤낮없이’에서는 희망을 기원한다.

이원 시인은 이번 시집을 “아모스 오즈의 ‘티스푼’ 같은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 분쟁지역의 해결 방안을 제안한 에세이 ‘광신자 치유’에서 오즈는 불이 났을 때 가진 도구가 티스푼뿐이라도 많은 사람이 한꺼번에 티스푼을 모으면 불을 끌 수 있다며 다양성과 관용을 위한 연대가 필요하다고 제안한다.

이윤주 기자 miss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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