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KB 국민은행 노조, 11월 주총서
시민단체 출신 변호사 추천 계획
우리은행 노조도 올초 이어 재추진
#2 문정부 들어 금융권 화두로 부상
“낙하산 견제ㆍ투명경영 위해 필수”
“경영권 침해…노조만 잇속” 맞서
“낙하산 인사 견제와 투명 경영을 위한 필수조건이다.” “경영권 침해다.”
노동조합의 사외이사 선임이 금융권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친(親)노조 인사를 사외이사로 앉히겠다는 게 핵심인데, 경영진 감시자 역할을 톡톡히 할 것이란 긍정적 평가와 경영권을 침해하고 결국 노조의 잇속만 챙기게 될 것이란 반박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KB국민은행 노조 관계자는 3일 “11월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주주제안을 통해 참여연대 출신 하승수 변호사를 사외이사로 추천할 계획”이라며 “이를 위해 전 계열사 조합원뿐 아니라 지점장 등 비조합원한테도 위임장을 발송해 지분 모으기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여론전을 위해 노조는 5일 기자회견도 열 계획이다.
노조가 조합원으로부터 위임장(3%)을 받아 주주제안을 하면 상법상 이사회는 결격사유가 없는 한 안건을 주총에 올려야 한다.
우리은행 노조도 사외이사 추천 건을 재추진 중이다. 박필준 우리은행 노조위원장은 “4%의 지분을 보유한 과점주주도 사외이사 추천권이 있는데 5.56%를 갖고 있는 우리사주조합이 이런 권리가 없다는 건 말이 안 된다”며 “우리은행 지주회사 전환 문제와 예금보험공사의 잔여지분 매각 등이 끝나는 대로 사외이사를 다시 추천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우리은행 사외이사는 과점주주가 추천한 5명으로 구성돼 있다. 앞서 올해 초에도 우리은행 노조는 이사회에 같은 요구를 했다. 그러나 이사회는 “과점주주가 사외이사 추천권을 갖는 것은 예보 지분 매각 당시 계약서 상 조건 때문이고 노조의 사외이사 추천권은 전혀 다른 사안”이라며 난색을 표했다. 금융당국 역시 특수 사례를 갖고 확대 해석해선 안 된다는 입장이다.
그럼에도 최근 대형 은행 노조들이 연이어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것은 새 정부의 정책 방향과 무관치 않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 7월 발표한 국정운영 5개년 계획에서 ‘노동자추천 이사제’를 포함시켰다. 노동자 대표가 이사회에 참석해 발언권 및 의결권을 행사하는 제도로, 정부는 이르면 내년부터 이를 공공기관 중심으로 도입하겠다는 방침이다. 회사 지분 보유와 상관없이 노동자의 경영 참여를 보장하겠다는 취지여서 현재 은행 노조가 추진 중인 사외이사 추천보다 몇 발자국은 더 나간 것으로 볼 수 있다. 정권 교체 후 사회적 분위기가 급속히 노동 친화적으로 바뀌고 있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는 “노동자추천이사제가 현실화하려면 상법개정안이 통과돼야 하는 등 넘어야 할 산이 많지만 지배구조 투명성 강화와 거수기 역할만 하는 낙하산 인사 견제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사안”이라며 “주주와 노동자가 경영 사항을 공동으로 결정하는 제도는 이미 독일 등에서도 시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노동자 입장에서도 회사가 건실해야 근로조건이 좋아지는 만큼 무조건 경영에 딴죽을 걸진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나온다.
그러나 경영권 침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오정근 건국대 교수는 “노조는 고작 사외이사 한 명을 추천하는 것이라고 하지만 소액주주 대표와 외부 추천으로 들어온 사외 이사까지 합치면 등기이사 중 과반이 반기업적 성향을 가질 수도 있다”며 “오너와 경영진에 힘을 실어주지 않으면 혁신은 뒷걸음질치고 생산성은 낮아질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한 제조업체 관계자도 “은행원은 상대적으로 높은 연봉을 받고 있는 상황인데 사외이사까지 선임할 수 있게 된다면 기득권만 더 강화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강아름 기자 sara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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