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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협회만 모르는 ‘한국 축구가 잃어버린 7년’

입력
2017.09.04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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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최종예선 내내 고전하는 걸 보며 감독의 지도력, 소통 부재, 해이해진 기강 등을 원인이라 봤는데 그게 아니더라. 그냥 우리 실력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같이 관전한 사람들 상당수가 공감하더라.”

지난 달 31일 한국이 이란과 2018 러시아 월드컵 최종예선 9차전에서 졸전 끝에 득점 없이 비기는 장면을 지켜본 한 축구 관계자의 푸념이다. 더 가슴 아픈 말이 이어졌다.

“기대치가 없다는 게 더 큰 문제다. 저렇게 축구를 해서 어렵사리 월드컵에 나간들 뭐할 거냐는 회의적인 목소리가 많았다.”

신태용(48)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결국 이란을 못 이긴 탓에 큰 부담을 갖고 6일 0시(한국시간) 우즈베키스탄과 최종예선 마지막 경기를 치르게 됐다. 여기서 지면 9회 연속 본선 진출이 물거품 될 수도 있다.

우즈벡전 취재를 위해 지난 1일 출국해 타슈켄트로 오는 비행기 안에서 관계자의 뼈아픈 지적이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한국 축구가 언제부터 이 지경이 된 걸까.

국가대표 선수들이 지난 달 31일 이란과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9차전에서 득점 없이비긴 뒤 아쉬워하며 그라운드를 빠져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국가대표 선수들이 지난 달 31일 이란과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9차전에서 득점 없이비긴 뒤 아쉬워하며 그라운드를 빠져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2010년 남아공 월드컵에서 원정 첫 16강 진출의 성과를 낸 허정무(62) 감독이 스스로 물러난 뒤 대한축구협회는 지금까지 4명의 감독을 갈아치웠다. 신태용 감독이 다섯 번째다. 4명의 평균 재임 기간은 1년 7개월. 제대로 된 절차도 생략된 채 하루아침에 경질된 조광래(63) 감독은 “조기축구 감독도 이런 식으로 내보내지는 않는다”고 발끈하며 물러났다. 최강희(58), 홍명보(48) 감독은 대표팀 지휘봉을 잡기 전 각각 최고의 주가를 달리고 있었다. 하지만 대표팀을 나갈 때는 만신창이가 됐다. 홍 감독이 중도 하차한 뒤 축구협회는 2002년 한ㆍ일월드컵 당시 기술위원장으로 거스 히딩크(71ㆍ네덜란드) 감독과 ‘찰떡 호흡’을 보이며 4강 신화에 힘을 보탠 이용수(58) 세종대 교수를 다시 기술위원장에 선임했다. 이 위원장은 울리 슈틸리케(63ㆍ독일) 감독을 직접 뽑았고 한때 승승장구했지만 최종예선 부진으로 동반 사퇴했다. 한때 ‘갓틸리케’라고 불렸던 슈틸리케 감독이나 ‘최고의 소방수’로 평가 받았던 이 위원장 모두 ‘역적’ 으로 매도 당하며 떠났다.

반면 최근 수년 동안 아시아 최강 자리를 굳게 지키고 있는 이란은 다르다.

카를로스 케이로스(64ㆍ포르투갈) 감독은 2011년 4월 이란을 맡아 7년째 팀을 이끌고 있다. ‘공격을 잘하는 팀은 팬을 얻고, 수비를 잘 하는 팀은 트로피를 품는다’는 격언이 있다. 수비의 중요성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말이다. 그리고 수비조직력을 가다듬으려면 반드시 시간이 필요하다. 이란이 이번 최종예선 9경기에서 무실점 하며 조기에 본선 진출을 확정한 반면 한국은 같은 경기에서 10골을 내주며 탈락할 수도 있는 위기에 처해 있다. 단순히 양 팀의 지도자, 선수 역량에서 이런 극명한 차이가 발생한 것일까.

숲을 보지 못하고 눈앞의 나무만 본 축구협회의 근시안적인 행태 때문에 한국 축구는 지난 7년의 시간을 잃어버렸다. 축구협회는 타슈켄트에서 월드컵 본선 티켓만 따려고 할 게 아니라 이런 착오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한 해답도 반드시 함께 가져갈 생각을 해야 한다.

타슈켄트=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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