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손 조영기씨가… 보존 상태 좋아 학술적 가치 높아
조선시대를 대표하는 성리학자 남명 조식(1501∼1572)선생의 글이 후손에 의해 경남 진주 경상대도서관에 기증됐다. 남명은 저술보다는 실천을 중시해 친필이 4~5점 밖에 남아있지 않은 데다, 기증된 글은 490년이 지났는데도 보존상태가 우수해 학술적 가치가 높다는 분석이다.
경상대 도서관은 최근 남명 조식선생의 후손 조영기씨가 남명의 친필 1점을 기증했다고 3일 밝혔다.
이번에 기증된 글은 남명이 28세 때(1528년) 부친 조언형(1469∼1526)의 생애를 기록한 ‘선고 통훈대부 승문원 판교 부군 묘갈명’(先考 通訓大夫 承文院 判校 府君 墓碣銘)이다. 묘갈명이란 묘비에 새겨진 죽은 사람의 행적과 인적 사항에 대한 글이다.
글은 곳곳에 수정한 부분이 원형 그대로 남아 있는 초고본으로, 부친이 별세한 지 2년 뒤 부친의 생애를 회고하며 정성들여 쓴 친필임을 보여주고 있다.
남명은 묘갈명에서 “부군은 임금을 섬겼으나 구차하게 세상에 아부하며 영화를 구하지 않았고, 나도 부친을 기만하거나 부친의 덕에 부끄럽지 않게 살겠다”고 적었다. 경남 합천군 삼가면 하판리 지동마을 산기슭에 세워져 있는 조언형의 묘갈(비석)은 경상남도 유형문화재 제410호로 지정돼 있다.
1504년(연산군 10년) 생원으로 식년문과에 급제한 조언형은 성격이 강직하고 청렴하기로 이름이 높아 중앙정계와 외직을 오가다 승문원 판교를 마지막으로 벼슬생활을 마무리했다.
남명은 부친의 강직한 성품에서 많은 영향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조씨는 “지난 달 경상대 고문헌도서관을 방문해 시설을 둘러본 결과 우수한 보존시설과 고문헌 관리시스템을 확인하고 기증을 결심했다”고 밝혔다. 경상대 마호섭 도서관장은 “고문헌도서관에서 보존ㆍ관리하며 올 연말 개관하는 고문헌 전시실에 전시해 대학 구성원과 지역민이 남명의 숨결을 느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진주=이동렬 기자 dy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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