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유, 그 때는 현금 다발을 가방에 넣어가지고 다니느라 고생 좀 했죠.”
지난 2일(한국시간)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 분요드코르 스타디움 보조구장. 조준헌 대한축구협회 홍보팀장이 수년 전 타슈켄트에서 경험했던 ‘돈 뭉치’의 기억을 떠올리며 웃음 지었다.
신태용(48)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오는 6일 0시(한국시간) 이곳에서 우즈벡과 2018년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마지막 원정 경기를 치른다.
한국은 2012년 9월 11일에도 타슈켄트에서 2014년 브라질 월드컵 최종예선 원정을 소화했다. 우즈벡의 화폐단위는 ‘숨(Cym)’인데 5년 전만해도 가장 큰 화폐단위가 1000숨, 한화로 650원 정도였다. 300달러를 환전하면 84만 숨. 1000숨 지폐가 무려 840장이었다. 당시는 대표팀 선수들이 묵는 호텔이 신용카드 결제가 되지 않아 축구협회 직원들은 가방에 현금 다발을 들고 다니며 썼다. “숨(Cym) 세다가 숨 넘어 가겠다”는 농담을 주고받곤 했다.
지금은 사정이 훨씬 나아졌다.
대표팀 호텔은 신용카드로 결제가 된다. 선수들이 묵는 호텔보다 등급이 낮은 기자들 숙소도 신용카드 사용이 가능하다. 1만 숨 화폐가 통용되고 있고 곧 5만 숨 화폐도 나올 예정이다.
그래도 심각한 인플레 현상은 여전해 숨의 가치는 연일 폭락 중이다. 공식 환율은 1달러에 4250숨이지만 달러 품귀 현상으로 ‘바자르’라 불리는 노천 시장 등지에서는 1달러에 7600숨까지 교환이 가능하다. 화폐 가치가 이처럼 계속 떨어지는 데다 호텔 밖을 나오면 신용카드를 안 받는 곳이 많아 취재진 등은 식사 등을 해결하려면 돈 다발을 들고 다녀야 한다. 기자 4명이 한인 식당에서 제육볶음, 순두부찌개, 고등어구이를 먹고 지불한 돈이 31만4,000숨. 약 74달러, 한국 돈으로 8만원 정도인데 5,000숨 짜리를 60장 넘게 세다 보니 계산도 하기 전에 정신이 어지럽다. 이 때문에 대부분 식당은 지폐 계수기를 보유하고 있다.
국가대표 스태프들이 ‘숨 넘어 가지 않아’ 다행인 일은 또 있다.
5년 전 한국은 타슈켄트 파크타코르 스타디움에서 우즈벡 대표팀과 경기를 했다. 그 때는 경기장은 물론 훈련장 그라운드 사정이 열악했다. 당시 대표팀 사령탑이었던 최강희 전북 현대 감독과 황보관 기술위원장(현 기술교육실장)이 꽤나 스트레스를 받았다. 하지만 2012년 9월 28일 분요드코르 스타디움이 새로 만들어졌고 그 옆에 6면의 천연잔디가 깔린 훈련장도 들어섰다. 2012년에도 대표팀 매니저로 이곳을 방문했던 박일기 축구협회 국가대표지원팀장은 “그 때는 워낙 인프라가 좋지 않았다. 하지만 다시 와보니 완전히 달라졌다. 이 정도면 아주 훌륭하다. 우즈벡축구협회도 대표팀을 위해 협조를 아끼지 않고 있다”고 가슴을 쓸어 내렸다.
타슈켄트=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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