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직원 대상 첫 업무 교육ㆍ청와대 투어
시계 기대했지만 ‘외부 손님용’ 원칙에 허탕
“구입이라도 할 수 있으면… 우표라도”
“고향 부모님께서도 기대하시는데… 차라리 돈을 받고 팔았으면 좋겠다”
1일 청와대 오리엔테이션(OT)을 마친 신입직원들의 하소연이다. 청와대는 이날 신입직원을 대상으로 업무 준수사항 등에 대한 OT를 진행했다. 하지만 직원들이 기대하던 이른바 ‘이니 시계(문재인 친필 시계)’는 배포되지 않았다. 허탕을 친 청와대 직원은 “추석에 식구들을 볼 면목이 없다. 줄 서서 우표라도 구입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청와대 신입직원 대상 첫 OT 진행
청와대는 이날 오후 4시부터 영빈관에서 총무비서관실 주재로 신입직원 대상 OT를 진행했다. 새로 출범한 청와대에서 일하게 된 국회 출신 행정관, 부처 파견 공무원 500여명이 한 자리에 모인 첫 자리다.
청와대에 따르면 OT는 총 3세션으로 진행됐다. 1세션에서는 이정도 총무비서관과 조국 민정수석이 참여해 근무지침, 보안방침, 복리후생 등을 안내했다. 조 수석은 이 자리에서 “정부 출범 100일이 지나 긴장이 풀릴 수 있으니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고 공직기강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2세션에서는 ‘청와대 투어’가 진행됐다. 청와대 관계자는 “남들이 들으면 우습겠지만 여민관 사무실에서만 근무하다 보니 본관이나 영빈관은 구경도 못해본 직원들이 태반”이라고 귀띔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첫 OT 소식을 듣고 직원들을 관저로 초대해 곳곳을 소개한 것으로 알려졌다. 마지막 3세션에서는 임종석 비서실장과 샌드위치 간담회를 가졌다.
문재인 시계는 얻지 못해
OT에 참여한 직원들은 ‘이니 시계’를 받을 것이란 희망을 가졌지만, 시계를 관리하는 이정도 비서관은 국가유공자나 국가 귀빈 등 외부 손님에게만 시계를 선물하는 원칙을 고수했다. 이 비서관은 앞서 “직을 걸고 시계를 구해보겠다”던 임종석 비서실장에게도 퇴짜를 놓을 만큼 엄격한 곳간지기의 면모를 보였다.
시계를 구하지 못한 직원들의 불만도 적지 않다고 한다. “총무비서관실을 털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우스개도 들린다. 한 청와대 직원은 “이니 시계는 행사가 있을 때만 맞춤 소량 생산하기 때문에 총무비서관실에서 없다고 한다”며 “기대감에 부푼 고향 식구를 어떻게 봐야 할 지 걱정”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국민들도 이니 시계 문의 쇄도
‘이니 시계’에 대한 열망은 청와대 직원뿐이 아니다. 청와대 페이스북과 트위터에는 “손목터널 증후군이 있어요. 대통령님 시계 차면 나을 것 같아요”, “이름 없는 국민 한 사람의 마음도 헤아려 주셔야 하는 거 아닙니까... 제발 시계 좀 시장에 풀어 주세요”, “청와대는 당장 시계와 대통령에 관련된 모든 걸 풀어라. 그렇지 않으면 촛불 들겠다” 등 일반 국민들의 시계 판매 요청이 빗발치고 있다.
급기야 문 대통령의 열성 지지자들은 ‘시계 수제작’에 나섰다. 실제로 최근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에는 ‘이니 시계 자체 제작법’이 화제다. 이니 시계와 같은 크기로 시계를 프린트 한 뒤 오려내 손목에 차는 것이다. 일반 시계를 해부해 이니 시계 종이판을 끼워 넣어 재조립하는 기술자들도 있다.
이니 시계 열풍은 문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을 보여주는 단면으로 읽힌다. 시계뿐 아니라 우표 등 문 대통령의 기념품인 ‘이니굿즈(goodsㆍ상품)’도 완판을 거듭하고 있어, 당분간 이니굿즈 열풍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정지용 기자cdragon2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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