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전 대통령이 발간한 '전두환 회고록'이 5.18 민주화운동의 진실을 밝혀낼 '기폭제' 역할을 하고 있다.
검찰이 '전두환 회고록'으로 인해 1980년 5.18 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에 의한 헬기사격이 있었는지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기 때문이다.
2일 광주지검에 따르면 지난 4월 고 조비오 신부의 조카인 조영대 신부가 전두환 전 대통령을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조 신부는 전 전 대통령이 '전두환 회고록'에서 조비오 신부의 '5.18 헬기사격' 목격 증언 등에 대해 '가면을 쓴 사탄' '성직자라는 말이 무색한 파렴치한 거짓말쟁이' 등으로 비난한 것에 대해 고소장을 접수시켰다.
전 전 대통령은 또 "조비오 신부가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는) 허위 주장을 번복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에 조 신부와 5.18기념재단은 광주 동구 금남로 전일빌딩에서 발견된 총탄에 대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감식 결과와 과거 재판에 사용됐던 자료 등을 고소장에 첨부했다.
검찰은 전 전 대통령의 사자명예훼손 혐의를 조사하기 위해서는 헬기 사격 여부에 대한 진실이 확인돼야 한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국방부에 군 헬기 출격 일자와 탑승자 명단, 탄약 지급 여부 등에 대한 자료를 공식적으로 요청했다.
이와 함께 5.18 당시 헬기 사격에 대한 증언과 언론 보도, 기존 검찰 수사 자료 등도 수집 중이다.
5.18 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의 헬기 사격에 대해선 1989년 국회 청문회와 1995년 검찰조사 등에서 목격자들의 증언이 있었다.
1994년 발간된 '사제의 증언:진실을 말해도 안 믿는 세상'(빛고을출판사)에 따르면 조비오 신부는 1989년 2월 국회 광주특위 청문회에서 "5월21일 오후 1시30분에서 2시 사이 (옛)도청 쪽에서 사직공원 쪽으로 헬기가 날아가면서 번쩍하는 불빛과 함께 연속 3차례에 걸쳐 지축을 울리는 기관총 소리가 들렸다"고 말했다.
이어 "나중에 현장을 목격한 김주호씨로부터 그 기총사격으로 불로교 양쪽에서 시민들이 각각 10명 이상씩 쓰러졌다는 말을 들었다"고 진술했다.
또 5.18 당시 승려로 적십자 구조활동을 했던 이광영씨도 청문회에서 "5월21일 오후 2시에서 2시30분 사이 적십자 활동차를 타고 월산동 로터리에 이르렀을 때 광주공원 쪽에서 날아온 헬기가 총을 난사하는 것을 직접 목격했다"며 "그 때 헬기의 기총소사로 관통상을 입을 한 여학생을 적십자병원에 실어다 줬다"고 증언했다.
당시 군 지휘부에서도 "무장헬기를 동원해 시위대를 진압하라"는 지시가 있었다는 증언이 나왔다. 국방부는 그러나 "탄흔 증거가 없다"면서 헬기 사격을 부인해 왔다
광주지검 관계자는 "조비오 신부 유족의 사자명예훼손 고소에 따라 수사를 진행하는 것"이라며 "헬기 사격이 진실인지 확인한 뒤에야 전 전 대통령의 회고록의 사자명예훼손 여부에 대한 수사를 진행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는 만큼 이에 대한 수사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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