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많은 돈을 쓰고…” 문 대통령 발언
11년 전 노무현 전 대통령과 닮은꼴
송 장관 청와대 첫 보고서 달랑 3장
대통령 면전에서 지휘관 행세 ‘눈총’
“그 많은 돈을 군인들이 다 떡 사 먹었느냐”(2006년 12월 노무현 대통령)
“그 많은 돈을 쓰고도 왜 북한에 전력이 뒤지나”(2017년 8월 문재인 대통령)
지난달 28일 국방부 업무보고 현장. 문 대통령이 작심한 듯 회초리를 들며 송영무 국방부 장관을 비롯한 우리 군의 수뇌부를 질타했다. 막대한 국방예산을 쓰고도 독자적 작전능력은커녕 북한을 압도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불만이 고스란히 담겼다. 업무보고 이틀 전 북한이 화성-12형 미사일을 일본 열도 위로 발사하는 대형도발을 감행한 탓도 있지만, 문 대통령은 주말 내내 우리 군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파악하며 ‘열공’을 했다고 한다.
11년 전 노무현 전 대통령도 그랬다. 노 전 대통령은 2006년 12월 민주평통자문회의 상임위에 참석해 “북한보다 10배 넘게 국방비를 쓰고도 북한보다 약하다면 직무유기”라며 “미국 뒤에 숨어 형님 빽만 믿겠다는 게 자주국가 국민들의 안보의식인가”라며 직격탄을 날렸다. 이어 “자기 군대 작전통제 한 개도 제대로 할 수 없는 군대를 만들어 놓고 나 국방장관이오, 참모총장이오 그렇게 별들 달고 거들먹거리고 말았다는 얘깁니다”라면서 “부끄러운 줄 알아야지”라고 노골적으로 비판했다. 군 소식통은 1일 “우리 군이 거의 매국노 수준으로 몰리며 완전히 뒤집어졌던 11년 전과 대통령의 발언이 너무나 비슷해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이처럼 ‘군기’를 잡는 사이, 반대로 임종석 비서실장은 어르고 달랬다고 한다. 협박과 회유를 동시에 하면서 상대방을 흔드는 ‘굿 캅, 배드 캅(착한 경찰, 나쁜 경찰)’ 방식이다. 문 대통령이 방산비리 전수조사를 지시하며 우리 군을 몰아세우자, 임 실장은 “검찰의 방산비리 수사가 무죄 판결로 끝난 사례가 여럿 있다”며 “과거 정권이 정치적 이유에서 방산비리를 이용한 측면도 없지 않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 대통령에게 혼나면서 풀이 죽어 있는 군 관계자들을 배려한 셈이다.
이런 와중에도 송 장관은 분위기 파악을 못해 눈총을 샀다. 송 장관이 업무보고에 앞서 청와대에 처음 올린 보고서가 고작 3장에 불과했다고 한다. 문 대통령이 업무보고를 단단히 준비하며 잔뜩 벼르고 있는 상황에서 기류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이다. 이에 청와대 관계자들은 어이가 없어 혀를 찼다는 후문이다.
업무보고가 진행되는 과정에서도 송 장관의 행동은 구설에 올랐다. 문 대통령이 이런저런 문제점을 지적하며 지시사항을 전달하자, 송 장관은 뒤에 배석한 군 관계자들에게 다시 지시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한다. 문 대통령의 면전에서 지휘관 행세를 한 셈이다.
김광수 기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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