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호한 대응’ 보복 의사 천명도
미국ㆍ러시아 관계 갈수록 악화 조짐
미국 내 러시아 외교시설 3곳을 미 정부가 폐쇄한 데 대해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1일(현지시간) “미국의 조치는 ‘병적인 발작’으로 보인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지난해 러시아의 미 대선 개입 사건으로 꼬이기 시작한 양국 관계가 갈수록 악화하고 있는 모습이다.
라브로프 장관은 이날 외교관 양성전문학교인 모스크바국제관계대(MGIMO)에서 행한 연설을 통해 이 같이 밝힌 뒤, “우리에게 피해를 주고 미ㆍ러 관계를 훼손하려는 의도로 이뤄진 조치들에 단호히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구체적 대응방안에 대해선 “미국 측의 조치를 면밀히 분석한 뒤 내놓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특히 “러시아는 미국과의 분쟁을 원하지 않고 상호 유익한 건설적 협력에도 열려 있다”고 하면서도 “그러나 탱고를 추려면 2명이 필요한데 우리의 파트너(미국)는 계속 혼자서 브레이크 댄스를 추고 있다”고 비꼬기도 했다.
미국과 러시아 간 갈등은 작년 12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러시아의 미 대선 개입 사건을 들어 러시아 외교관 35명을 추방하면서 격화하기 시작했다. 이후 지난 7월 미 의회가 러시아 추가 제재법안을 처리하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달 “러시아에서 일하는 1,000명 이상의 미국 대사관과 영사관 직원, 외교관 중 755명이 활동을 중단해야 할 것”이라며 직원 축소 및 추방을 결정했다. 이에 미국 국무부는 이날 샌프란시스코 주재 러시아 총영사관과 워싱턴DC 대사관 부속건물, 뉴욕총영사관 부속건물 등 3곳을 2일부터 폐쇄하겠다고 발표, 맞불을 놓으면서 “이는 러시아 정부가 주도한 상호주의에 입각한 것”이라고 밝혔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