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 집계 과정 등에 변칙ㆍ불법 오류” 판단
야권 오딩가 후보 “케냐에 역사적인 날” 환영
케냐타 대통령 “개인적으론 승복 못하지만 존중”
케냐 대법원이 지난달 치러진 대통령 선거에 대해 ‘불법 선거’였다면서 “우후루 케냐타 현 대통령의 당선은 무효”라고 1일(현지시간) 판결했다. 대법원은 ‘60일 이내 재선거 실시’를 함께 명령, 케냐 정국은 다시 한번 대선 국면에 돌입하며 요동치게 됐다.
대법관 6명으로 구성된 케냐 대법원은 이날 야권연합 후보 라일라 오딩가가 “지난 대선 결과는 조작됐다”며 제기한 4(찬성) 대 2(반대) 의견으로 받아들였다. 대법원은 “대선 투표 집계 과정에 변칙과 불법적인 오류가 발견됐으며, 케냐 헌법에 부합하게 선거가 치러지지도 않았다”며 “지난달 8일 대선결과를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케냐타 현 대통령의 재선 성공으로 귀결된 지난 대선은 무효가 됐고, 대법원 명령에 따라 앞으로 2개월 안에 또 한번의 대선이 치러지게 됐다.
이날 대법원 판결에 대해 오딩가 후보는 “아프리카에서 대선 결과가 무효가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오늘은 케냐 국민들과 아프리카인들에게 역사적인 날”이라고 환영의 뜻을 표했다. 케냐타 대통령은 이날 대국민 TV 연설에서 “개인적으로는 대법원 판단에 승복할 수 없지만 존중한다”고 밝혔다. 다만 대법원에서 대해선 “수백만 케냐 국민들의 뜻에 단 6명이 역행한 것”이라며 불만을 감추지 않았다.
앞서 케냐 선거관리위원회는 전자투표로 치러진 지난 대선 사흘 후인 지난달 11일, 케냐타 대통령이 54.27%의 득표율로 재선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오딩가 후보는 “선관위 전산망이 해킹당해 케냐타 대통령에 유리하도록 선거결과가 조작됐다”면서 지난달 18일 불복 소송을 냈다. 총 투표수의 3분의 1 정도인 500만표가량에서 부정행위가 발생했다는 게 오딩가 후보 측 주장이었다. 대선 이후 케냐에선 선거부정에 항의하는 집회가 이어졌고, 시위대와 경찰들 간 유혈사태로 번져 최소 24명이 사망했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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