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유럽간첩단 사건’으로 45년 전 사형이 집행된 박노수 교수의 유족에게 국가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한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6부(부장 박상구)는 1일 박 교수 유족 17명이 국가를 상대로 70억원을 배상하라며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박 교수 딸에게 9억333만원, 배우자에게 8억3,212만원 등 총 23억4,768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불법 수사와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로 사형이 선고됐다는 점을 인정했다. 하지만 유족 측 변호인은 “가족들이 받은 고통에 비해 금액이 다소 아쉽다”며 “유족과 상의해 항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 교수는 1969년 김규남 당시 민주공화당 의원과 함께 유럽간첩단 사건에 연루돼 사형 선고를 받았고 72년 형이 집행됐다. 유럽간첩단 사건은 ‘동백림(동베를린) 사건’ 2년 뒤 발생한 대표적 공안 조작 사건으로 해외 유학 중 동베를린을 방문한 유학생들이 간첩 혐의로 기소됐다.
2009년 10월 진실ㆍ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는 “중앙정보부가 이들을 불법 연행하고 구타 등 강압적으로 수사해 허위 자백을 받아냈다”며 재심을 권고했고, 2013년 재심 재판부는 박 교수 등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2015년 대법원이 이 판결을 확정하면서 박 교수는 사형 선고 43년 만에 누명을 벗었다.
김현빈 기자 hb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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