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자동차가 이달 특근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지난달 31일 법원의 통상임금 확대 판결로 인한 임금증가와 판매부진 때문이다. 기아차뿐 아니라 임금 인상을 우려한 국내 제조업체들도 국내 일감을 줄여, 해외로 돌릴 가능성이 커졌다.
기아차 관계자는 1일 “이달 생산물량이 적어 특근까지 필요 없다고 판단했다”며 “통상임금 판결로 전달처럼 특근, 야근을 했다가는 연봉이 급증할 수 있어 국내 일감을 줄이기 위한 다양한 방법을 찾고 있는 것도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특근수당도 통상임금에 연동되는 만큼 임금 인상 요인을 최소화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번 판결로 기아차 근로자의 연봉이 1억원을 손쉽게 넘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통상임금을 기준으로 심야ㆍ연장ㆍ휴일ㆍ연차수당도 임금과 함께 계산되기 때문이다. 특히 기아차 노조원이 한 해 받는 월 기본급의 750%까지 많은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추가되면 연간 기준으로 통상임금은 50% 정도 높아질 것으로 추산된다. 지난해 기준으로 기아차 근로자(생산ㆍ사무직 전체)의 평균임금이 연 9,600만원이었으니, 1억원 중반대까지 임금 총액이 불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이론적 임금 증가로 인한 혜택이 기아차 근로자들에게 실제로 돌아가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연봉을 사측이 감내할 수 있는 한도 넘어까지 인상할 수는 없어서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특근ㆍ연장수당 등은 회사가 조정할 수 있는 부분이어서, 오히려 임금 총액이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결국 특근ㆍ연장 근로 감소ㆍ폐지로 줄어드는 생산량은 해외 생산기지를 통해 채울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기아차의 경우 국내 공장 가동율은 103.4%인 반면 해외는 99.1%이어서 언제라도 해외 공장 추가 가동이 가능한 상태다. 재계 관계자는 “국내 공장에서 특근 등이 시행되는 것은 그만큼 수익성이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며 “자동차 회사뿐만 아니라 다른 제조업체들도 인건비 상승을 막기 위해 수익구조 검토에 들어갈 것이고, 그 결과 임금 총액도, 일자리도 줄어드는 상황이 빚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박관규 기자 ac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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