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정 ‘비상장 주식 거래’도
자기검증질문서에 포함된 사안
“인사 추천과 평판 조회 범위
청와대 바깥까지 넓혀야”
이유정 헌법재판관 후보자가 1일 전격 사퇴하면서 문재인 정부의 인사실패가 거론되고 있다. 새 정부 들어 낙마한 인사가 5명으로 늘어난 데다 역사관 논란에 휩싸인 박성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까지 더하면 인사 논란 불길이 더 번질 개연성도 없지 않다. 청와대는 부인하고 있지만 여당을 포함해 정치권에서는 ‘인사쇼크’를 거론하고 있다.
청와대는 초기 인사청문 정국에서 ‘검증시스템이 없다’는 지적이 제기되자 6월 인사추천위원회를 구성해 체계적인 인사 검증에 돌입했다. 인사추천위는 임종석 비서실장이 위원장을 맡고 청와대 수석과 부처 수장 등이 참여하는 검증ㆍ논의기구다. 인사 방식은 크게 3단계로, 인사수석실에서 후보자를 추천하면 2단계로 민정수석실의 검증과 인사추천위원들의 토론을 진행한 뒤 대통령이 단수 또는 복수로 추천된 인사 가운데 최종 낙점하는 수순이다.
하지만 인사 실패가 거듭되면서 여권에서조차 청와대의 인사시스템을 냉정히 돌아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참여정부 출신이거나 대통령과 친분이 있는 경우 검증시스템이 공회전하는 상황이 거듭됐다는 지적이다. 실제 박기영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의 경우 유독 검증이 헐거웠다. 문재인 대통령은 참여정부시절 청와대 정보과학기술보좌관 출신이던 박 전 본부장의 재기용을 강하게 원했던 것으로 알려졌고, 이에 인사추천위가 반대 의견을 적극적으로 개진하지 못했다고 한다.
교수시절의 처신 문제로 중도 사퇴한 김기정 전 국가안보실 1차장도 문 대통령의 측근이어서 엄격한 잣대를 적용하지 못한 경우다. 조대엽 전 고용노동부장관 후보자의 경우도 같은 맥락이다. 청와대 인사팀은 조 후보자의 음주운전 사실을 사전에 알고도 밀어붙였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은 뒤에야 조 후보자를 자진사퇴로 유도했다.
이유정 후보자는 부실한 검증이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청와대는 인사 검증 과정에서 대상자에게 ‘자기검증질문서’를 보내 병역면제, 음주운전, 비상장 주식 매매, 논문표절 전력 등 200여개 사안을 검증한다. 이 후보자를 둘러싼 논란의 쟁점인 비상장 주식 거래 또한 자기검증 질문서에 포함된 내용이어서 명백한 검증 실패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박성진 후보자는 청와대가 여론을 오판한 경우로 지목된다. 박 후보자는 진화론을 부인하는 창조과학회 활동과 뉴라이트 역사관으로 인해 과학계와 여야 정치권의 빗발치는 사퇴 요구에 직면해 있는데도 청와대는 인사를 강행한다는 입장이다. 민주당 초선 의원은 “박 후보자의 문제점을 몰랐다면 무능한 것이고 아니라면 추천권자가 강력한 것 아닌가”라고 꼬집었고 민주당 재선 의원은 “청와대가 높은 지지율을 믿고 비판 여론을 돌파하려는 것이지만 자칫 제2의 박기영 사태로 비화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잇따른 인사 실패는 예고된 재앙이라는 지적도 없지 않다. 자기 사람을 쓰기 위해 주로 참여정부와 대선 캠프, 시민단체에서 인재를 찾다 보니 검증 실패가 반복된다는 지적이다. 한 여당 중진은 “인사 추천과 후보자 평판 조회 범위를 청와대 바깥까지 넓히고, 인사 추천과 검증 시스템을 아예 청와대 밖으로 분리하는 방안도 검토할 만 하다”고 강조했고, 다른 중진은 “전략적, 정무적 판단을 하고 대통령에게 쓴소리를 아끼지 않는 개국공신의 재등장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고 밝혔다.
정지용 기자cdragon25@hankookilbo.com
강윤주 기자kk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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