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여성 인권변호사에서 “유정 버핏” 불명예 퇴장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여성 인권변호사에서 “유정 버핏” 불명예 퇴장

입력
2017.09.01 18:27
0 0

24일 만에 물러난 李후보자

주식투자 1년6개월간 12억 차익

법 위반 여부 조사받는 처지로

靑에 안 알리고 사퇴 ‘뒷말’

’주식 대박’ 논란으로 1일 자진 사퇴한 이유정 헌법재판관 후보자. 한국일보 자료사진.
’주식 대박’ 논란으로 1일 자진 사퇴한 이유정 헌법재판관 후보자. 한국일보 자료사진.

이유정(49ㆍ사법연수원 23기) 헌법재판관 후보자가 지명 24일 만에 스스로 물러났다. ‘검사 출신 첫 여성 재판관’ 타이틀 획득과 인권변호사로서 전향적 헌재 결정에 기여하리란 기대는 ‘유정 버핏(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에 빗댐)’이란 불명예와 초라한 퇴장으로 1일 마무리됐다.

이 후보자는 1991년 사법시험에 합격해 94년 서울지검 북부지청 검사로 임용됐다. 하지만 “구속된 피의자가 고생하는 게 마음이 편치 않다”며 2년 만에 검찰을 떠났고, 인권변호사로 변신해 20년 넘게 공익 소송을 다수 맡았다. 2015년 세월호 유족이 청해진해운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 대리, ‘땅콩 회항’ 사건 피해자 박창진 대한항공 사무장 대리 등이 대표적이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여성인권위원장을 역임하며 여성의 권리 강화 활동에도 힘썼다. 최태원 SK 회장과 홍상수 영화감독의 이혼 청구소송을 맡는 등 로펌 변호사로서의 수임 활동도 했다.

인사청문회 검증 과정에서 애초 그의 발목을 잡은 건 ‘정치 편향성’이었다. 과거 민주당 문재인 대선 후보와 박원순 서울시장을 공개 지지한 사실이 청문회를 앞두고 부각되면서 야당의 집중 공세를 받았다. 그는 청문회에서 “중립을 지키겠다”고 약속하며 정면 돌파했다.

치명타는 역시 ‘주식 대박’ 논란이었다. 코스닥ㆍ비상장 주식 투자로 1년6개월 만에 12억원이 넘는 막대한 차익을 올린 사실, ‘가짜 백수오 파동’의 홍역을 치른 내츄럴엔도텍 주식 매매로 거액을 번 점 등이 여론의 질타를 받자 궁지에 몰렸다. “투자 과정에 문제가 없었다”고 해명했지만 미공개 정보 등을 이용한 불법성 투자가 아니냐는 의혹은 사그라지지 않았다. “헌법재판관이 아니라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을 해야 한다”는 대중의 비아냥에 시달리기도 했다.

급기야 금융감독원이 관련 사안에 대해 조사 방침을 밝히자 하루 만에 스스로 물러나는 길을 택했다. 후보 사퇴와 더불어 실정법 위반 여부를 조사받는 처지가 됐다.

사퇴 과정을 두고도 뒷말이 나온다. 이 후보자는 사퇴 결심을 미리 청와대 쪽에 알리지 않고 갑작스럽게 외부에 알려 그에게 힘을 실었던 청와대에 당혹감을 안긴 것으로 알려졌다. 직에 지명된 뒤 결격 사유 또는 극복하지 못할 묵직한 논란으로 사퇴를 결심하면 청와대 측에 그 뜻을 알리는 게 일반적이고 자연스러운 낙마 수순이다.

손현성 기자 hshs@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