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자동차 통상임금 소송을 계기로 ‘통상임금 법제화’에 대한 요구가 수면 위로 떠오르자 정부가 관련 근로기준법 개정을 공식화하고 나섰다. 통상임금의 기준을 법에 제시해 이를 둘러싼 더 이상의 노사갈등을 막겠다는 것이다.
주무부처인 고용노동부는 2013년 대법원 판례를 토대로 이듬해 ‘매달 지급되지는 않지만 정기적으로 나오는 상여금도 통상임금에 포함된다’는 내용의 새 통상임금 산정지침을 마련하긴 했지만, 노사가 저마다 유리한 판례와 해석을 적용하면서 현장의 혼란과 갈등을 키웠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근로기준법이나 시행령에 보다 구체적이고 명확한 기준을 담아야 한다는 요구가 나온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고용부는 별도의 입법안을 내기보다는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통상임금 관련 근로기준법 개정안의 통과를 위해 노력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국회에는 2개의 관련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발의돼 있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은 지난해 5월 통상임금의 정의를 '정기적ㆍ일률적으로 지급하기로 사전에 정한 일체의 금품'으로 규정한다는 내용을 담았고, 이용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보다 범위를 확대해 지급 시기를 사전에 정하지 않은 금품도 통상임금에 포함한다는 내용의 개정안을 내놨다. 고용부 관계자는 “대법원 판례를 반영, 고정성 요건이 규정된 김 의원의 개정안을 중심으로 논의를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다만 조속한 입법 작업이 이뤄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앞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2014년에도 ‘노사정 소위원회’를 개설해 통상임금 법제화를 시도했으나 합의를 이루지 못한 바 있다. 또 문재인 정부에서 근로시간 단축이 노동시장의 가장 시급한 현안문제로 떠오르면서 이 문제가 후순위로 밀렸다. 이에 고용부는 기형적인 ‘저(低)기본급ㆍ고(高)수당’의 임금구성 체계를 단순화ㆍ합리화하는 작업을 병행해 통상임금 후폭풍에 대처하겠다는 입장이다.
전혼잎 기자 hoiho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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