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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부근 삼성전자 대표 “선단장 없는 배 탄 심정…무섭고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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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부근 삼성전자 대표 “선단장 없는 배 탄 심정…무섭고 두렵다”

입력
2017.09.01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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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수 부재로 미래 투자 등 애로

배가 가라앉는 건 순식간인데…”

IFA 깜짝 등장한 고동진 사장

“갤노트8 가격 100만원 넘을 것”

“선단장(船團長)이 없는 배를 타고 고기를 잡으러 간다고 생각해보세요. 상상됩니까. 무섭고 두렵습니다.”

삼성전자 가전 사업을 이끄는 윤부근 대표가 총수인 이재용 부회장의 부재 상황에 대한 심경을 밝혔다. 그는 삼성전자를 대규모 선단, 이 부회장을 선단장, 자신을 선단을 구성하는 한 어선의 선장으로 비유하면서 “선단장이 부재중이기 때문에 미래를 위한 투자, 사업구조 재편에 대한 애로사항이 많다”며 “배가 가라앉는 건 순식간인데 참담하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가전 사업을 이끄는 윤부근 대표가 ‘국제가전박람회(IFA)’ 개막을 하루 앞둔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이재용 부회장 부재 상황에 대한 심경을 전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 가전 사업을 이끄는 윤부근 대표가 ‘국제가전박람회(IFA)’ 개막을 하루 앞둔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이재용 부회장 부재 상황에 대한 심경을 전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는 유럽 최대 가전전시회인 ‘국제가전박람회(IFA)’ 개막을 하루 앞둔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이날 간담회는 IFA 전시 내용과 삼성전자 가전 사업과 관련한 질의응답을 위해 마련한 자리였으나, 이 부회장 관련 질문이 이어지면서 시종 무거운 분위기로 진행됐다.

지난달 25일 이 부회장이 징역 5년을 선고 받은 이후 이와 관련해 처음으로 입을 연 윤 대표는 이 부회장의 공백으로 인한 삼성전자의 경영 차질이 상당하다고 털어놨다. 윤 대표는 “정보기술(IT) 업계는 엄청난 변화가 일어나고 있고 그 속에서 기업들은 사업구조 재편과 인수합병(M&A) 등을 추진하고 있다”며 “삼성전자의 경우 각 사업 부문을 이끄는 사람이 있지만 구조를 바꾸는 큰 결정 등은 한 사람이 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인공지능(AI) 기업 M&A를 추진하다 제때 의사 결정을 하지 못해 협상 막판에 무산된 사례가 있었다고도 소개했다. 삼성전자는 올해 들어 대형 M&A가 한 건도 없는 상황이다. 윤 대표는 “삼성전자는 이사회 산하에 경영위원회가 M&A 등 여러 의사결정을 하는데, 현재 제대로 작동이 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삼성전자가 대표이사 체제가 잘 갖춰져 있는 글로벌 기업인만큼 총수 부재로 받는 타격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을 한다. 이에 대해 윤 대표는 “배에 타고 있는 사람과 배를 보는 사람의 시각차”라고 말했다. 그는 “대표들이 각 사업 부문에 국한된 1, 2년 치 경영 계획은 짤 수 있지만 3~5년 뒤 비전과 목표는 제시할 수 없다”며 “외부에서는 별거 아닌 거 같다고 하지만 저희는 참담할 정도로 애로사항을 느끼고 있다”고 토로했다.

윤 대표는 이 부회장의 재판 직전인 지난달 23일 이 부회장을 면회했다고도 전했다. 구체적으로 어떤 대화를 나눴는지는 밝히지 않았지만 “이 부회장이 ‘1등’에 대해 강조했다”고 말했다. 그는 면회 때를 떠올리다 “목이 메려고 한다”며 말을 잇지 못하고 울컥이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삼성전자 가전 사업을 이끄는 윤부근 대표가 ‘국제가전박람회(IFA)’ 개막을 하루 앞둔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이재용 부회장 부재 상황에 대한 심경을 전하고 있다. 고동진 무선사업부장(사장ㆍ왼쪽부터), 윤부근 대표, 김현석 VD사업부장(사장), 서병삼 생활가전사업부장(부사장)이 간담회에 자리했다.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 가전 사업을 이끄는 윤부근 대표가 ‘국제가전박람회(IFA)’ 개막을 하루 앞둔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이재용 부회장 부재 상황에 대한 심경을 전하고 있다. 고동진 무선사업부장(사장ㆍ왼쪽부터), 윤부근 대표, 김현석 VD사업부장(사장), 서병삼 생활가전사업부장(부사장)이 간담회에 자리했다. 삼성전자 제공

한편 이날 간담회에는 지난달 23일 미국 뉴욕에서 스마트폰 갤럭시노트8를 공개한 고동진 무선사업부장(사장)도 깜짝 등장했다. 가전 전시회인 IFA 간담회에 휴대폰 사업을 이끄는 무선사업부장이 참석한 건 처음이다. 삼성전자 측은 “삼성전자의 통합 비전과 사업부 간 시너지를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 사장은 21일 국내 출시되는 갤럭시노트8 출고가에 대해 “노력을 많이 했는데 결과적으로 ‘1’자를 안 보기가 굉장히 어려울 것 같다”며 100만원을 넘을 것이라고 전했다.

삼성전자는 올해 IFA에서 ‘연결성’을 강조한 전시 공간을 꾸렸다. 윤 대표는 “삼성전자는 가정에서 사용하고 있는 거의 모든 ITㆍ가전 제품과 통합 솔루션을 가진 사실상 유일한 기업”이라며 “삼성전자만의 강점이 사물인터넷(IoT) 시대에 과거 어느 때보다 강력한 힘을 발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베를린=이서희 기자 sh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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