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레사 메이 영국 총리가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항공모함을 파견하는 등의 적극적인 개입을 통해 미국과 일본의 대(對) 중국견제 대열에 가세할 뜻을 밝혔다. 영국 항공모함이 중국의 남중국해 진출과 관련한 미국의 ‘항행의 자유’작전에 참가할 가능성도 생겨 현지의 군사적 긴장이 한층 고조될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을 방문한 메이 총리는 지난 31일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와 도쿄 영빈관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 이같은 내용을 담은 공동선언문에 합의했다. 선언문에는 자위대와 영국군의 공동훈련 정례화, 자위대 병력ㆍ항공기ㆍ함정의 영국파견 검토 등이 담겼다. 이와 관련 일본 정부 관계자는 “영국 해군은 항공모함을 중국이 해양진출을 강화하는 남중국해에 파견해 미국과 일본과의 공동훈련으로 (중국을) 견제할 것”이라고 아사히(朝日)신문에 말했다. 두 정상은 중국에 대해 “현상변경을 시도하는 어떠한 일반적 행동에 대해 강력히 반대한다”고 뜻을 모았다고 지지(時事)통신이 전했다.
영국의 아시아정세 개입 의사는 유럽연합(EU) 탈퇴 결정으로 고립위기에 몰리는 상황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조기총선 참패로 퇴진위기까지 몰렸던 메이 총리가 정상회담에서 군사협력외에 경제협력 증진을 강조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일본 측도 영국의 입장을 고려해 경제분야 공동선언문에 무역투자 태스크포스(TF) 설치를 명기, 양측간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위한 포석을 뒀다. 일본과 EU가 큰 틀에서 합의한 경제연대협정(EPA)을 영국이 지지하고 양국 간에 “새로운 경제적 파트너십 구축을 위해 조속히 노력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다만 일본 정부는 영국측 희망과 달리 EU와의 EPA를 먼저 발효한다는 방침이어서 영국과의 무역협상은 순위에선 밀릴 것이란 관측이다. 양국이 별도로 발표한 공동비전성명엔 영국이 요구한 FTA 내용이 포함되지 않았다.
도쿄=박석원 특파원 s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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