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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통상임금 규정과 ‘신의칙’ 기준 명확히 해야 혼란 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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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통상임금 규정과 ‘신의칙’ 기준 명확히 해야 혼란 막는다

입력
2017.08.31 1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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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자동차 통상임금 소송에서 법원이 노조의 손을 들어주었다. 정기상여금과 중식대가 통상임금에 해당하기 때문에 조합원 청구 금액의 38.7%에 해당하는 4,223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사측은 1심 판결에 불복, 항소 의사를 밝힌 상태다.

이번 소송에 쏠린 관심은 비상했다. 노조의 청구 금액이 1조926억원이나 된 데다 100여 기업의 비슷한 소송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여겨진 때문이다. 그에 비하면 판결은 단순했다. 정기상여금과 중식대는 통상임금에 해당하며, 이에 맞춰 사측이 미지급임금을 준다고 해서 위기에 처하지 않을 것이라는 게 재판부의 판단이었다. 대법원은 이미 2013년 고정성ㆍ정기성ㆍ일률성을 통상임금의 기준으로 제시한 바 있다. 이를 적용할 때 기아차의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해당할 것이라는 인식은 이미 공유된 상태였다. ‘신의성실의 원칙’(신의칙) 적용 여부가 진작부터 관심사였던 것 또한 그 때문이다. 회사가 경영상 중대 어려움에 처할 것으로 예상되면 신의칙을 근거로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서 제외할 수 있다.

노조의 요구가 신의칙 위반이 아니라고 재판부가 판단한 것은 기아차가 2008년부터 2015년까지 지속적으로 당기 순이익을 내고 매년 1조에서 16조원의 이익잉여금을 보유하는 등 경영상 위험을 특별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이번 판결을 두고 재계에서는 기업의 부담이 과도해져서 고용 감소와 사업장 해외 이전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고 볼멘 소리가 나온다고 한다. ‘사드 피해’ 등으로 자동차 등 한국 산업이 어려운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이번 판결 때문에 산업 경쟁력이 약화할 것이라는 지레짐작으로 우려를 확대할 것까지는 없다. 국내산업의 경쟁력은 기술혁신이나 품질향상 등으로 풀어가야 할 것이지, 정기상여금의 통상임금 제외만으로 대응할 상황이 아니기 때문이다.

다만 통상임금 규정이 불명확해 현장의 분쟁이 잇따른다는 지적이 잇따르는 만큼 통상임금의 개념과 범위를 보다 분명히 해야 할 필요는 있다. 정부는 과거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될 가능성을 열어둔 법원 판결이 나온 뒤로도 한동안 정기상여금은 통상임금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지침을 만들어 혼란을 초래했다. 법원 또한 신의칙 적용 잣대를 더욱 객관화해야 한다. 법원은 2주 전의 금호타이어 통상임금 소송 판결에서는 미지급 수당 지급의 필요성을 부인했다. ‘경영상태’ 가 잣대였겠지만, 그런 판단의 구체적 근거가 제시될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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