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더 이상 실험동물에게 고통을 주지 않아도 되는 것일까요?
일본 교토대학은 지난 7월말 인간 장기 기관을 본 뜬 모델이 들어 있는 작은 칩을 세계 처음으로 개발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이 기술이 상용화되면 현재 생명윤리 논란에 휩싸여 있는 동물실험을 하지 않고도 연구를 진행할 수 있게 될 것으로 보이는데요. 이 연구 결과는 영국 과학저널 ‘RSC 어드밴스(Advances)’에 발표되었습니다.
‘보디 온 어 칩’(Body on a chip)이라고 불리는 이 작은 칩은 ㎛(마이크로미터ㆍ㎜의 1,000분의 1) 수준의 작은 물체를 정밀하게 가공하는 미세가공기술을 적용해, 수 ㎝ 크기의 칩 위에 심장이나 간, 폐 등의 조직 구조를 본뜬 인체 모델을 심어 넣었습니다. 그리고 혈액 순환을 본뜬 미세한 전류 시스템이 각 장기를 연결시켜 주고 있습니다. 즉, 칩 하나가 인체모델인 것입니다.
현재 항암제 등의 약효와 독성을 조사하는 전임상시험(인체 시험 전에 실시하는 시험)에서는 원숭이와 쥐, 개 등 다양한 실험동물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실험 과정에서 동물이 받아야 할 고통이 너무 큰 까닭에 동물학대라는 비판을 받아왔습니다.
‘보디 온 어 칩’을 사용하면 동물실험을 하지 않아도 될 뿐만 아니라, 기존의 세포배양이나 실험방법으로는 곤란했던 항암제 부작용을 인간의 몸 전체에서 재현하는 것이 가능해져 정확도가 높아진다고 합니다. 연구팀은 발표 자료를 통해 “현재 항암제 등 새로운 의약품 개발에는 많은 어려움이 따르고, 많은 비용과 긴 시간이 필요하다”며 “실험동물을 사용하는 전임상시험은 인간과 다른 반응을 보이는 사례가 많아, 인간 임상시험의 약효나 독성 예측을 어렵게 하고 있다”고 기존 실험의 어려움을 설명했습니다.
‘보디 온 어 칩’은 동물실험 없이 ‘생체 외 인체모델’을 창출한 획기적인 기술입니다. 앞으로도 더 많은 기술개발로 동물들의 고통이 조금이라도 더 줄어들 수 있기를 바랍니다.
한희숙 번역가 pullkko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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