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팀 직원 보안프로그램 통해
대화 캡처해 “입조심” 위협 메시지까지
서울의 한 사이버대학에서 사내 보안프로그램을 이용한 교직원 카카오톡 감시 논란이 일고 있다. 정보보안팀 직원이 다른 직원의 카톡 대화를 몰래 들여다본 사실이 뒤늦게 알려진 것인데, “보안프로그램을 직원 감시용으로 사용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교내에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30일 해당 사이버대학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 학교는 지난달 말 학생들 개인정보 유출을 막겠다면서 ‘워터월’이라는 보안프로그램을 새롭게 도입했다. 학생 이름이나 학번 등 민감한 개인정보가 교직원의 이메일이나 메신저를 통해 외부로 흘러나갔는지 감지하고 사후에 검색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프로그램이다.
논란은 23일 정보보안팀 소속 개인정보 업무 담당 김모 계장이 이 프로그램으로 다른 교직원들 카카오톡 대화를 들여다봤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불거졌다. 이 직원은 자신을 비방하는 대화를 캡처한 뒤 이를 대화 당사자들에게 보내면서 “입 조심하라”는 메시지도 함께 담았다. 교직원 게시판에는 이런 사실과 함께 “교직원 카톡 대화까지 감시를 하느냐” “처음부터 우릴 감시할 목적으로 보안프로그램을 설치한 것 아니냐” 등 의혹을 제기하는 글들이 줄을 잇고 있다.
일단 “개인 메신저 대화 내용까지 수집할 수 있다는 사실을 미처 알지 못했다”는 게 학교 측 해명이다. 당초 카카오톡 등 외부 메신저를 아예 설치하지 못하도록 했던 제한 조치를 직원들 요청에 따라 풀어주면서, 보안프로그램 가동 범위가 그 안의 대화 내용까지 수집 가능하도록 설정됐는데 이를 인지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논란이 있고 나서 곧바로 외부 메신저 기록을 수집하지 못하게 했다”고 덧붙였다.
학교 측은 29일 진상조사위원회를 꾸려 해당 직원에 대한 조사에 곧바로 착수하고 조만간 징계위원회에 회부하겠다고 밝혔다. 다른 직원의 개인 메신저 대화도 들여다봤는지 여부도 조사 대상이다. 대학 관계자는 “교직원 감시 목적은 절대 아니다”라며 “프로그램 도입 시 면밀하게 검토하지 못한 점에 대해 반성하고 있다. 사건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강도 높은 조사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무 기자 allclea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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