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생활 관련된 증세ㆍ복지ㆍ노동 등
보도량이 적고 표피적인 느낌
일상 이기들을 정보로 잘 포장
끌림 겨를 가장 한국일보다운 지면
한국일보 독자권익위원회가 16일 8월 정례회의를 열고 한반도 위기 등에 관한 보도를 평가하고 독자 권익 향상 방안을 토의했다. 회의에는 이화여대 커뮤니케이션 미디어학부 교수인 이재경 위원장과 구현모(고려대 대학원 재학), 김기주(한국리서치 이사), 오연조(상상스쿨 출판사 대표), 이윤정(재단법인 여시재 SD), 조원희(법무법인 디’라이트 변호사), 간사인 이계성 논설실장, 이태규 뉴스1부문장이 참석했다.
이재경=이번 회의 논의 주제는 북한 화성 14형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에 따른 한반도 위기, 증세 논란, 대통령과 기업인 대화 및 기타 분야 보도다.
김기주= 한국일보의 북핵ㆍ미사일 관련 보도는 양적 면에서 적절한 수준이라고 봤다. 지면의 배치도 적절했다. 북핵 주제는 우리의 생존과 관련된 중요한 문제다. 그럼에도 언론들은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에 대해서는 잘 다루지 않고 위기, 불안 등에만 초점을 맞춘다. 대부분의 논조가 미국, 중국과 잘해야 된다는 수준에 머물러 아쉬웠다.
오연조= 8월 4일자 사설 ‘북한의 통미봉남, 무력화시킬 방안 없나’를 보면, 한국일보의 북핵ㆍ미사일 관련 보도에 대한 수위를 알 수 있다. 너무 세지도 약하지도 않은 입장으로 읽혔는데, “북ㆍ미 양쪽의 ‘코리아 패싱’이 굳어져 가는 현실에 이를 깨물며, 북의 통미봉남 전략을 무력화할 근본적 방책은 없는지, 정부와 국민의 지혜 결집을 촉구한다”는 견해는 모호한 입장 표현이다. 정치권에서 정치공세용으로 사용하기 시작한 ‘Korea passing ‘이라는 단어를 굳이 사설이나 헤드라인에 사용하는지 불편했다.
이재경= 우리의 의지와는 관계 없이 일이 벌어지게 되는 두려움 때문이 아닐까.
오연조= 그런 상황을 인정하더라도 용어 자체에서 자괴감이 든다.
구현모= 뭘 하든 한국은 독립변수가 아닌 종속 변수다. 8월 1일자 3면 ‘쓸 카드 없는 난감한 문재인 정부… 대북정책 완전히 새판 짜야’ 기사는 다섯 가지 가능성을 정리해줘 좋았다. 7월 31일자 ‘머쓱해진 사드 절차적 정당성 논란’ 기사는 사드 배치의 절차적 정당성 문제를 짚어줘서 의미가 있었다.
조원희= 지금은 정부조차도 어디로 흘러갈지에 대해서 방향을 명확히 잡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미국의 언론 보도 상황을 지인들에게 들어보면 우리가 (우리나라 신문) 지면에서 느끼는 것보다 훨씬 더 자극적이고 더 긴급하게 보도하는 경우가 많다. 누구도 예측하기 힘든 상황에서 한국일보는 어떤 관점에서 바라보고 있고 어떤 입장에서 쓰고 있는지 듣고 싶다.
이윤정= 미사일 발사 때마다 당장이라도 전쟁이 일어날 것처럼 분위기가 형성 됐다가 알고 보니 뒤에서 북한과 미국이 타협하고 있다는 흐름으로 늘 스토리가 전개된다. 독자들이 궁금한 것은 그래서 진짜 전쟁이 일어나는지, 우리가 어떻게 대비해야 하는지다. 7월 31일자 사설 ‘北 또 ICBM 도발, 더 이상 대화 여지 없다’에서 “이제는 북한이 비핵화 대화에 나오지 않을 수 없을 정도의 강력한 제재와 압박을 펴는 수밖에 없다. 북을 핵 야망 미몽에서 깨어나게 하는 것은 그 길뿐이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다음 날 사설 ‘시험대 오른 문재인 정부 외교안보 역량’에서는 “제재 압박에만 매달렸던 이명박, 박근혜 정부 때와는 달라야 한다. 도발에는 가차 없이 대응하되 북이 손을 내밀면 언제든지 잡아준다는 믿음의 끈은 놓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하루 만에 바뀌었다. 다행히 이후부터는 사설에서 ‘평화적 해결’이라는 일관된 입장을 보여준 것 같다.
이재경= 칼럼이나 사설 같은 의견 쪽은 그렇다고 쳐도 한국일보를 포함한 우리나라 신문들이 북핵 문제, 북중 관계를 다룰 때 팩트 추적이 약하다는 생각을 자꾸 하게 된다. 최근 성주에서 사드 대책 회의에 성주 주민이 빠진다는 이야기가 나왔는데 신문들은 모르고 있었다. 워싱턴포스트에서 미국과 북한이 물밑 협상을 시작하려고 한다고 보도했다. 최선희 북한 외무성 미국국장의 움직임과 관련된 보도였다. 우리 매체는 그런 쪽 취재를 아예 포기 했나. 새로 나오는 팩트가 한국발(發)이 거의 없는 게 안타깝다.
이윤정= 사드 보도 관련해서 아쉬운 점이 있다. 사드 문제가 처음 부각됐을 때는 ICBM 방어에 효과가 있느냐가 굉장히 큰 논쟁거리였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 들어와서 사드 배치를 당연시 하는 쪽으로 방향이 바뀌면서 그런 논쟁과 검증이 언론에서 완전히 사라졌다. 8월 1일자 3면 기사에서는 ‘사드가 요격무기로서 군사적 효용성을 기대하기 어렵다’ ‘사드와 북핵은 아무 상관 없다’라고 전문가들이 지적하고 있다. 이처럼 실질적으로 사드와 북핵 문제는 관련이 없다는 게 정설이었던 것 같은데 북핵 대응을 위해 사드를 배치해야 한다고 문재인 정부가 발표한 뒤에는 그게 정설로 자리를 잡고 국민들도 그렇게 인식하고 있는 것처럼 되어버렸다.
김기주= 사드 배치의 핵심은 절차성의 타당성 문제다. 정상적인 국가라면 절차의 타당성을 갖춰서 진행해야 맞다. 사드 배치 여부나 성주냐 아니냐에 대한 부분은 논의의 본점이 아니다. 표피적인 부분보다 핵심을 다뤄서 독자들이 한국일보 기사를 보고 상황을 이해할 수 있게 방향을 제시해줘야 한다.
이재경= 핵 문제 때문에 패러다임이 바뀌는 것 같다. 미국에서 정당방위를 자꾸 이야기하면서 먼저 때리겠다는 거다. 저쪽에서 핵을 쓰기 전에, 저쪽을 먼저 초토화시켜버리면 아예 전쟁수행능력이 없어질 수도 있다고 보는 것 같다.
조원희= 전문가 풀(pool)을 당연히 갖고 있겠지만 한국일보의 논조에 맞는 전문가 풀을 충분히 확보해 두고 시의에 맞게 활용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은 국방이나 안보의 관점에서 워낙 다급히 진행되고 있다. 그러다 막상 소강 상태나 협상국면이 되면 결국 어떻게 협상할지에 대한 협상론이나 협상 관점의 접근이 많아지는데 그에 대비하는 접근도 필요하다.
이재경= 경제문제, 증세 문제 관련 보도는 어떻게 봤나.
김기주= 증세에 문제에 대해서는 위만 보고 밑으로 보는 것은 없다. 지금 비과세 대상자가 많다. 국가적 차원에서 말이 되나. 정부 지원이 늘었다. 비과세 대상이 이명박, 박근혜 정부 때 배로 늘었다는 기사만 봤다. 과세 대상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을 하는 언론사가 없다. 세금 내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세제 개편을 공론화 시켜야 하지 않나.
구현모= 7월 27일자 ‘제이노믹스를 보는 두 시선’, 8월 3일자 ‘문 정부 첫 세법 개정안’ 관련 전문가 평가 기사가 오히려 진실을 이야기해줘서 좋았다.
조원희= 세금 문제 기사가 많지는 않았다. 큰 틀에서 방향을 전반적인 세수 확장으로 가느냐, 아니면 고소득층에게 제한적으로 가느냐로 나뉜다. 우리나라 기업들이 해외 진출할 때 첫 번째로 법인세를 체크한다. 요즘 스타트업들이 신규사업을 할 때도 법인세를 고려한다. 막연하게 생각하는 것보다 기업을 하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법인세 인상이 훨씬 더 크게 미친다. 언론이 보편증세냐 아니냐는 세제 철학적 관점뿐만이 아니라 경제, 기업 관점에서도 세수의 문제를 봐야 하고 국민의사를 조금 더 고르게 보면 좋겠다.
이윤정= 7월 22일자 사설 ‘증세 논의만큼은 정공법으로 하자’에서 부자증세를 인정할 뿐만 아니라 한걸음 더 나아간 입장을 일찌감치 보여줬다. 보편적 증세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결론이었다. 그런데 숫자가 뒤에 나온 사설과 달라서 혼란스러웠다. 숫자를 보다 정확하게 다뤄야 한다.
이재경= 요즘 워낙 뉴스가 많이 쏟아져 나와서 내용을 깊이 있게 다루는 게 어렵다. 세금, 복지, 노동이 좋은 주제의 영역이라 생각한다. 북핵 문제나 안보는 생활과 떨어져 있지만 이것은 실생활 관련된 것들이다. 큰 흐름을 보면 한국일보가 이 부분에 대한 보도가 적고 깊이 있게 들어가지 않는 느낌이 든다.
오연조= 한국일보 사설에서도 언급했듯이 증세 논란에 관해서는, 보편 증세는 지금 시기상조이고, 핀셋 증세론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이견과 물음표가 달린다. 일반 국민에게 세금 문제는 굉장히 예민한 문제이기도 하지만 입장에 따라 다 다르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문제이다. 그런 점에서 7월 29일자 #끌림 섹션에 실린 ‘별점평가단’ 기사 ’증세, 부유층에 국한하는 함정에 빠져선 안돼’ 가 좋았다. 세금 문제에 대해 처한 입장이 다른 여러 사람들이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단편적이나마 의견을 간접적으로 보여준 것 같다.
구현모= 대통령과 기업인 대화에서 언론이 할 수 있는 부분이 별로 없다고 생각했다. 언론의 의지가 문제가 아니었다. 다만 역대 기업인의 간담회가 얼마나 효과가 있었는지에 의문이 들었지만 다 이를 해소해 주는 기사가 없어 아쉬웠다. 7월 28일자 ‘잃어버린 저녁을 찾아서’에서 기자들이 체험한 기사도 아쉬웠다. 궁극적으로 타이틀과 실험 내용이 맞지 않다. 충원 없이 무작정 8시간 칼퇴근 실험을 하면 의미가 나올 수가 없다. 오히려 지금 이 상태로는 절대 하면 안 된다는 부정적인 인식이 더 많이 들었다.
이윤정= 나는 의견이 다르다. ‘잃어버린 저녁을 찾아서’는 기자들이 직접 실험을 했기 때문에 더 생생하고 돋보였다. 8시간 근무가 불가능하다고 당연시 되는 기자들이 시도해본 것이기 때문에 8시간 근무라는 것이 우리 현실에서 얼마나 실현되기 힘든가를 너무나 잘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이재경= ’특파원 24시’는 특파원들의 생활을 밀착형 기사로 쓰고 있다. 정치 이슈가 아닌 그쪽 사회의 이슈를 직접 취재해서 쓴다. 다른 언론에서 볼 수 없는 작품이다. 특파원의 현장감을 살려주는 기사를 지속적으로 내고 있어 좋았다. ‘아세안 50년, 변방에서 중심으로’ 기획기사도 좋게 봤다. 국제 기사의 글쓰기 방식을 바꿔주는 접근이었다. 공영방송 관련 기사들을 지속적으로 내줬다. 보수 신문들과 전혀 달랐다. 언론에 대한 관심을 언론이 다룬다는 게 상당히 의미 있는 기여라고 생각한다.
이윤정= 8월 7일자 사설 ‘9년 만의 YTN 해직기자 복직, MBC도 뒤따르길’ 과 8월 10일자 칼럼(메아리) ’MBC는 아직도 박근혜 시대인가’는 언론의 당면 문제들을 다뤄 좋았다. 스트레이트 기사로도 좀 더 다뤄도 되지 않나. 더 심도 있게 보도를 해줘도 될 것 같다.
오연조= 한국일보스러운 섹션이 바로 ‘#끌림’과 ‘#겨를’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번 달에도 #끌림의 ‘광화문이 궁금해’ ‘카톡 방담’ 형식이 재미있었다. 딱딱한 기사를 읽는 것보다 그래픽, 도표를 보여줘 좋았고 여름철에 맞게 #겨를의 놀고 먹는(?) 그러니까, 즐기는 일상에 관한 이야기를 정보성으로 잘 포장된 기사들이 많아서 좋았다. 앞으로 좀더 과감하게, 다양한 주제를 다뤘으면 한다.
정리=이태규 뉴스1부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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