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댓글 사건으로 기소된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이 정치, 선거 개입 혐의가 모두 유죄로 인정돼 징역 4년의 실형 선고 판정을 받은 데 대해 여당은 “이제부터 시작”이라며 이명박정권에 대한 검찰의 전면적 수사를 촉구했다. 반면 자유한국당은 “보복성 적폐”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이명박(MB) 전 대통령 측 인사들은 “할 얘기가 없다”며 입을 닫았다.
민주당은 30일 우여곡절 끝에 원세훈 전 원장의 유죄판결이 나오자 헌정질서를 파괴하고,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훼손시킨 장본인에게 사법정의를 일깨워 준 “사필귀정, 인과응보, 만시지탄 판결”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대선 개입 사건에 이명박 전 대통령과 당시 청와대 인사들이 관여했다고 보고 ‘윗선’ 규명 필요성을 제기했다. 백혜련 대변인은 논평에서 “이 정도 범죄를 단순히 국정원장의 독단적 판단으로 진행했다는 것을 믿을 국민은 없다”며 “사건을 기획하고 지시한 교사범을 비롯해 청와대 내부 공동정범을 반드시 찾아내 일벌백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의당도 “이 전 대통령을 수사선상에 올리라”고 가세했고, 국민의당도 “꼬리 자르기 식으로 덮을 문제가 아니다”며 MB정권을 정조준 했다.
자유한국당은 그러나 판결 결과 자체를 부정하거나 “정치개입의 또 다른 형태”라고 반발했다. 홍준표 한국당 대표는 이날 밤 페이스북에 “국정원 댓글이 무슨 대선에 영향을 줬다고 5년이 지난 사건을 대통령 되고 난 뒤에도 집요하게 보복을 하고 있는지, 참 무서운 정권이다”고 적었다.
정우택 한국당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재판 형량의 문제보다는 이 정부가 보복성 적폐를 계속 할 것이기 때문에 여러 가지 사회적 문제가 제기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용기 한국당 원내수석대변인은 구두논평에서 “앞으로 국정원이 정치에 관여하는 악습을 뿌리 뽑아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국정원 적폐 청산 TF는 또 다른 적폐가 될 수 있으므로, 즉각 폐지해야 옳다”고 주장했다. 바른정당은 “국가기관의 정치 중립과 선거 불개입 원칙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는 짤막한 대변인 논평만 내놨다.
MB 정권 청와대 인사들은 일제히 말을 아끼며 선 긋기에 바빴다. 김효재 전 정무수석은 통화에서 “할 얘기가 없다”고 했고, 김두우 전 청와대 홍보수석도 “(원세훈 전 원장) 그 쪽에 직접 물어보는 게 맞을 것 같다”고 비껴갔다.
강윤주기자 kkang@hankookilbo.com 김정현 기자 virtu@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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