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 인사 검증 또 다시 논란
장관 인선 지연으로 시간 쫓겨
인사 검증 심각한 오류 지적 나와
청 “사실관계 더 파악해 보겠다”
박성진 중소벤처기업부(중기부) 장관 후보자(49)가 현 정부와 대척 관계에 있는 뉴라이트 이념에 동조해 왔음을 보여주는 증거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 장관 인선 지연으로 시간에 쫓긴 청와대가 또 한 번 인사검증에서 심각한 오류를 저지른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많다.
30일 학계에 따르면 박성진 후보자는 지난해 11월 25일 포항공대 기계공학과 정기 세미나에 뉴라이트 학계를 대표하는 이영훈 전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66)를 연사로 초청했다. 이 교수는 헌법에 명시된 상해 임시정부 수립일(1919년 4월 13일) 말고, 이승만 정부가 출범한 1948년 8월 15일을 건국절로 삼자는 주장을 최초로 제기한 뉴라이트 학계 대부다. 이 전 교수의 이날 강연주제도 ‘대한민국 건국의 문명사적 의미’였다. 이 전 교수는 세미나 소개 글에서 “대한민국이 개인의 자유를 건국의 기초 이념으로 삼은 것은 한국인의 오랜 문명사에서 일대 전환을 의미한다”며 “근자에 이르러 이 나라의 정치와 경제가 혼란스러운 것은 선진화에 요구되는 지성의 수준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1948년 이승만 정부 수립에서 대한민국 건국의 정통성을 찾으려는 뉴라이트 사관의 정당성을 세미나에서도 강조했을 것이란 추론이 가능한 근거다.
그런데 세미나가 열린 지난해 11월은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주말마다 전국 각지에서 박근혜 당시 대통령의 탄핵을 요구하는 촛불 집회가 한창 열리던 때였다. 박근혜 정부는 8월 15일을 건국절로 제정하고 친일과 과거 독재 정부 등을 미화한 국정 교과서 제작을 추진하면서 이 전 교수를 비롯한 뉴라이트 학자들의 주장을 논리적 근거로 이용해 왔다.
이 때문에 당시에도 대통령 탄핵에 대한 국민적 요구가 높은 시기에 박성진 후보자가 이 전 교수를 세미나에 초빙한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했다. 기계공학과 세미나 특성상 다른 교수들은 대부분 이공계 교수들을 초청했는데, 박 후보자만 유독 이 전 교수를 초청하자, 학내에서도 의아하다는 반응이 많았다.
박 후보자가 지난 2015년 학교에 제출한 ‘미래를 위한 새로운 대학교 연구 및 교육 모델 창출’이라는 보고서도 박 후보자가 뉴라이트 역사관 추종자라는 또 다른 근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박 후보자는 이 보고서에서 이승만 대통령의 정신세계를 분석하며 “자유민주주의를 알지 못하는 한국사회에서 독재 말고 다른 대안이 있었나”라고 적었다. 이는 이승만 정부의 독재 정치가 불가피했다고 강변한 뉴라이트 사관과 일치하는 것이다. 또 박정희 정부의 새마을 운동을 ‘국민 정신개조 운동’과 ‘진정한 신분 계층 제도 타파’ 등으로 평가하며 ‘근대화 추진’이라는 학계의 일반적인 해석보다 더 적극적으로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이는 대한민국 건국과 발전의 핵심을 이승만과 박정희 두 대통령에서 찾으려는 뉴라이트 사관을 따르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박 후보자의 뉴라이트 역사관 추종 관련 증거가 잇따라 나오자, 여권 일각에서도 초대 중기부 장관으로서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창조과학회 활동 논란 당시 “종교 문제는 검증이 될 수 없다”는 말로 박 후보자를 감쌌던 청와대도 이번 논란에 대해서는 “사실관계를 더 파악해 보겠다”고 신중한 입장을 밝혀 이번 사안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음을 시사했다.
논란이 커지고 있지만 박 후보자 측은 이에 대해 아직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중기부 관계자는 “후보자가 청문회에서 직접 견해를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민재용 기자 insigh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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