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영화로 저의 생각을 전달하다 어느 순간 국악을 듣고 알 수 없는 감동을 느낀 적이 있어요. 이번 공연은 그 감동을 하나씩 찾아가는 과정입니다.”
중국 배우 탕웨이의 남편이자 ‘가족의 탄생’ ‘만추’ 등을 만든 영화감독 김태용이 국악 공연 연출에 도전한다. 국립국악원이 준비하는 ‘꼭두’의 대본과 연출을 맡은 것. 30일 서울 서초구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김 감독은 “국악을 잘 모르는 분도 저처럼 음악을 듣고 무언가를 체험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김 감독이 국악과 영화의 접목을 마음에 품은 건 단편영화 ‘그녀의 연기’(2013)를 촬영할 때였다. “배우 공효진씨가 판소리 ‘춘향가’의 한 대목을 부르는 장면이었어요. 가볍게 부르는 부분인데 촬영하다 공효진씨가 울더라고요. 스태프들도 이상하게 눈물을 흘렸어요.” 이후 김 감독은 고전 영화 ‘성춘향’(1961)과 판소리 ‘춘향가’가 어우러진 공연, 판소리 ‘흥보가’를 레게 음악과 엮어낸 음악극을 비롯해 국악을 무대로 불러냈다. ‘꼭두’는 보다 본격적인 국악 공연 연출이다.
꼭두는 전통 상여를 장식하는 나무조각상이다. 이승에서 저승으로 건너가는 망자를 안내하는 존재다. 김 감독은 몇 년 전부터 꼭두를 소재의 영화와 연극 연출을 구상하다 대본을 썼다. “꼭두 인형을 볼 때마다 죽은 자를 가장 따뜻하게 데려가는 방식이라는 생각에 죽음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어요. 꼭두와 가장 잘 맞는 음악은 초월적 느낌이 나는 국악이라고 봤습니다.”
‘꼭두’는 아이 두 명이 할머니 꽃신을 찾아 시장을 헤매다 꼭두가 망자를 인도하는 세계를 접하게 되는 이야기다. 영화감독이 연출을 맡은 만큼 무대가 색다르다. 올 여름 촬영을 마친 약 30분 길이의 영화가 무대에서 공연 내내 상영된다. 영화는 주인공의 긴박한 상황과 현장감을 전달하는 장치다. 김 감독은 “영화, 연극, 무용, 국악 콘서트가 섞인 공연”이라며 “어느 하나로 정의하기보다 통합적 공연이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 ‘군함도’ 등에 참여한 음악감독 방준석이 함께 한다. 방 감독은 “국악이 멀리 있는 음악인 줄 알았는데, 작품을 하면서 우리 뼛속까지 침투돼 있는 선율이며 동작임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10월 4~22일 무대에 오르는 ‘꼭두’를 김 감독은 단편영화로 다시 만들 예정이다. 김 감독은 “초연 후 공연의 주 무대인 ‘꼭두의 세계’ 부분을 영화로 촬영해 국악 판타지 영화를 완성하려 한다”고 말했다.
양진하 기자 realh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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