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태용 축구대표팀 감독./사진=KFA 제공.
[한국스포츠경제 박종민] 조심, 조심, 또 조심이다. 화끈한 성격으로 소통을 중시하는 신태용(47) 축구국가대표팀 감독이 이례적으로 자체 입단속을 했다.
신태용 감독은 30일 파주NFC(대표팀트레이닝센터)에서 2018년 러시아 월드컵 최종예선 9차전 이란전(31일 오후 9시ㆍ서울월드컵경기장)을 앞두고 열린 공식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에게 거듭 양해를 구했다. 그는 이란전 선발 명단, 전술 등과 관련한 취재진의 질문에 "성격상 모든 정보를 오픈해서 공유하고 싶지만, 지금은 그럴 수 없습니다“라고 정중하게 말했다.
그는 오른팔 골절상에서 회복한 손흥민(25ㆍ토트넘)과 무릎 부상을 당한 황희찬(21ㆍ잘츠부르크)의 이란전 출전 여부에 대해 철저히 함구했다. 신 감독은 "둘의 출전 여부는 내일 경기장에 와보시면 알 수 있을 것이다"고 말을 아꼈다.
이란전 공략 포인트를 짚어달라는 요청에도 “우리가 상대 팀을 어떻게 부수겠다는 건 다음에 말하겠다”고 했다. 신 감독은 "언론에서 공개하지 않으면 우리 대표팀의 상황을 이란이 파악할 수 없다.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이란을 이겨야 러시아 월드컵 본선에 갈 수 있는 만큼 상황을 이해해 주셨으면 좋겠다"고 거듭 말했다.
신태용호가 ‘정보 비공개 원칙’을 들고 나온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신 감독의 말대로 월드컵 최종예선 A조 1위 이란(6승2무ㆍ승점 20)전 승부는 월드컵 본선행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4승1무3패(승점 13)로 A조 2위에 올라 있는 한국은 이란전과 우즈베키스탄전(9월 5일 자정ㆍ분요드코르 스타디움)에서 한 번이라도 질 경우 9회 연속 월드컵 본선행을 장담할 수 없게 된다.
또 하나는 카를로스 케이로스(64) 이란 감독과의 심리전이다. 케이로스 감독은 레알 마드리드(스페인) 감독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잉글랜드) 수석코치, 포르투갈 축구대표팀 감독 등을 지낸 후 2011년부터 이란 축구국가대표팀 사령탑에 올랐다. 한국은 케이로스 감독이 부임한 이후 이란에 일방적으로 밀렸다. 최근엔 4연패를 당했다. 360분을 마주하면서 1골도 넣지 못했다.
그런 케이로스 감독은 앞서 27일 인천 아시아드보조경기장에서 첫 훈련에 나서면서 잔디 상태에 불만을 토로하면서 도발했다. 그는 "우린 한국 팀이 이란에 오면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한다. 한국도 그래야 한다"며 "이곳은 한국에서 줄 수 있는 최선은 아닌 것 같다”고 한국 대표팀을 자극했다.
신 감독은 물론 “감독이 할 수 있는 만큼의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케이로스 감독의 상항을 이해한다는 발언도 남겼다. 이어 “공은 둥글기 때문에 승부가 어떻게 될지 모르고 감독으로서도 알 수 없는 일이다”며 결과에 대해서도 확언을 하지 않았다. 결과에 대한 불확신보단 상대에 대한 배려이기도 했다.
케이로스 감독도 이날만큼은 상대를 존중했다. 그는 “취재진의 수가 많다.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주는 것이 한국의 8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의 원동력이라 생각한다. 한국이 좋은 팀인 건 분명하다”며 “양 팀 모두 행운을 빈다”고 했다.
이날 대한축구협회(KFA)의 한 관계자는 “대표팀 코칭스태프의 요청으로 경기 전 날인 오늘 훈련은 초반 15분만 공개하고 이후 비공개로 진행할 예정이다. 코칭스태프는 정해진 시간 이후 하는 추가 취재로 대표팀이 방해 받는 일이 없도록 해 달라고 특별히 당부했다”고 귀띔했다. 9회 연속 월드컵 본선행이라는 커다란 목표를 앞두고 신 감독과 협회 관계자들이 배수진을 친 가운데 이를 두고 불만의 목소리를 내는 취재진은 없었다. 한 취재진은 신 감독을 향해 “말씀대로 모든 건 내일 확인하는 걸로 해두겠다”고 지지의 뜻을 전했다.
파주=박종민 기자 mini@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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