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기아차 노조 손 들어주면
현대제철, 현대모비스에도 충격
경총 “산업계 38조원 부담” 주장
노조 패소 금호타이어 사례 기대
힘든 한 해를 보내고 있는 현대자동차그룹이 운명의 판결을 앞두고 바짝 긴장하고 있다. 결과에 따라 3조원에 이르는 비용이 발생할 수 있는 기아차 통상임금 1심 판결이 하루 앞으로 다가온 것이다. 현대차그룹은 사드 여파로 인한 실적악화가 장기화하면서 중국공장 가동 중단사태를 겪은 데다, 노조의 파업 강행까지 이어지면서 사면초가에 몰린 상태다. 법원이 31일 판결에서 기아차 노조의 손을 들어줄 경우 위기가 현실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업계는 현대차그룹 발 쇼크는 인건비 비중이 높은 국내 산업계 전반의 위기로 이어질 수 있어 판결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30일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마저 “31일 있을 판결은 한국 사회ㆍ산업계에 지대한 영향력을 미칠 것”이라며 이례적으로 기아차 노조의 통상임금 소송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을 정도다. 암참은 “통상임금 관련 정책은 근로자ㆍ노동시장의 번영과 기업 경영의 불확실성 제거 및 기업 경쟁력 유지가 모두 고려된 균형 잡힌 결정이 돼야 한다”며 “인건비 상승은 주한 외국 기업의 국내 투자 지속에도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라고 강조했다.
업계는 이번 판결에 따라 기업들이 수십조원에 이르는 비용을 추가 부담하게 될 것이라고 관측한다. 노조의 주장이 받아들여져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되면 기아차가 3조원의 부담만 지면 끝나는 게 아니라, 수직 계열화된 현대차그룹 특성상 현대차, 현대제철, 현대모비스 등에도 충격이 확산되며 동반 부진이 불가피하다. 여기에 5,000여개에 이르는 협력업체의 물량공급에도 영향을 받게 돼 자동차 산업 전반의 뿌리가 흔들리게 되고, 현재 진행 중인 수백개 기업들의 소송에도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산업계가 약 38조5,500억원을 부담해야 한다고 예측하기도 했다.
현대차그룹은 이미 상반기 중국 판매량이 전년 대비 반 토막(42.3%)이 났고, 당기순이익은 현대차가 16.4%, 기아차가 44.0% 급감했다. 2010년 이후 최저치다. 다행히 3일 가동이 재개되긴 했지만 납품대금 미납으로 지난주부터 현대차 중국 현지 공장 모두가 가동 중단되기도 했다. 현대차 노조는 이런 위기 속에서도 지난 10일부터 8차례에 걸친 부분 파업과 3차례 주말 휴일 특근 거부 등을 하며 월급인상, 성과급 지급 등을 요구 중이다.
법원이 유례없는 기아차의 위기 상황과 산업계 미칠 파장을 감안해 신의성실의 원칙을 적용해 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가 나오는 이유다. 법원은 지난 18일 금호타이어 통상임금 소송에서 1심을 뒤집고 “예측하지 못한 재정적 부담을 지워 중대한 경영상 어려움을 초래할 수 있어 신의에 현저히 반한다”며 사측의 손을 들어줬다.
재계 관계자는 “같은 통상임금 소송이라도 재판부마다 다른 결정을 내리는 만큼, 이번 기아차 노조 판결이 어떻게 나올지 알 수 없다”며 “상당수 기업이 실적악화에,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정규직화 문제 등으로 부담이 늘고 있는 가운데, 통상임금까지 추가하게 된다면 그 충격이 상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관규 기자 ac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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