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강력 허리케인 ‘하비’가 강타한 미 텍사스주 휴스턴시에서 반려인과 수천 마리의 반려동물들이 생존을 위한 사투를 벌이고 있다. 하비는 지난 1961년 이후 텍사스 주에 몰아친 가장 강력한 허리케인으로, 지난 6일간 미 역사상 최대 강수량인 1.25m를 퍼부었다.
지난 28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은 재난 속 많은 사람들이 물이 무릎까지 차 움직이기도 힘든 가운데 반려동물을 안거나 어깨에 이고 대피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동물보호단체 휴메인소사이어티 관계자는 “(비를 피해) 보트를 탄 사람들 모두 개나 고양이를 버리지 않고 함께 대피하고 있었다”고 전했다.
텍사스주 동물보호단체와 소방당국도 미처 안전한 곳으로 대피 못한 동물들을 구조하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휴메인소사이어티의 한 직원은 “어떤 집에서 물에 가슴까지 차올라 벌벌 떨고 있는 세 마리 개를 구조했다”며 “탈진된 상태라 구조 이후에도 치료와 관심이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휴스턴 소방대원협회 회장 마티 랭턴은 대원들의 활약상을 전하며 “두 마리의 래브라도 리트리버를 키우고 있다”며 “만약 키우는 반려견이 구조되지 않았다는 걸 알면 견딜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미 당국은 지난 200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로 25만 마리의 개와 고양이가 폐사한 이후, 재난 시 반려동물 구조를 의무화한 바 있다.
텍사스 주 전역의 보호소들은 급증하는 동물을 감당하느라 진땀을 빼고 있다. 보호소들은 규정상 30마리의 개와 60마리의 고양이를 수용할 수 있는데, 현재는 200마리 이상의 개와 고양이를 보호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비영리 단체들은 비행기를 이용해 120마리의 개와 고양이를 오리건과 워싱턴 주 등 안전한 타 도시로 실어 나르는 등의 계획을 세우고 있다.
윤주영 기자 roz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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