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의 후각이 사람에 비해 뛰어나다는 것 정도는 많은 사람들이 상식으로 알고 있다. 눈은 어떨까? 정답은 ‘사람보다 뛰어나기도 아니기도’ 하다.
개의 시력은 사람에 비해 4~8배 정도 나쁘다. 수정체 조절력도 제한적이어서 33~50㎝ 거리에 있는 물체는 망막에 정확한 상이 맺히지만, 더 가까이에 있는 물체는 상이 흐려지게 된다. 그래서 매우 가까이에 있는 물체를 인지하기 위해서는 후각 또는 미각 같은 다른 감각을 이용해야만 한다. 간식을 눈앞에 떨어뜨려 주는데 바로 찾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면서 한참 만에 간식을 발견하고 먹는 반려견의 모습을 이제는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개의 눈은 어두운 곳에서 물체를 식별하는 능력, 움직이는 물체를 인지하는 능력, 시야, 회색 음영을 감별하는 능력 그리고 다른 이미지에 반응하는 망막의 속도 등에서 사람을 능가한다. 이 덕분에 개는 야생에서 육식동물로 잘 살아갈 수 있었다.
이처럼 개와 사람의 시각적 특성이 다른 것은, 망막에 있는 간상ㆍ원추세포의 분포 형태와 비율이 달라서다. 간상세포와 원추세포는 빛의 자극에 반응하는 감각세포로, 모양과 맡은 기능이 다르다. 우리가 어두운 곳에서 물체의 윤곽을 볼 수 있는 것은 간상세포 덕분인데, 밤에 활동하는 야행성 동물의 망막에 특히 많다. 개는 사람보다 간상세포의 분포비율이 높아 어두운 곳에서 사물을 더 잘 구별한다.
개가 사람보다 인식할 수 있는 색이 적은 것은 원추세포 때문이다. 원추세포는 망막의 중심부에 많이 모여 있으며 색을 구별하는 데 사용된다. 사람은 빨간색 파란색 초록색을 구별하는 3가지 원추세포를 가지고 있는데, 이 세 가지 색깔을 적절히 섞어 다양한 색깔을 인식한다. 하지만 개는 파란색과 노란색을 구별하는 2가지 원추세포만 갖고 있다. 이것은 개가 녹색 또는 적색 물체를 볼 수 없다는 의미는 아니다. 적록 색맹인 사람처럼 빨강ㆍ노랑ㆍ초록은 노란색으로, 파랑ㆍ보라는 파란색으로, 청록과 자홍은 회색으로 보일 뿐이다. 즉, 개에게 빨간 장미꽃은 노란색으로 제비꽃은 파란색으로 보일 것이다.
개에게 생활에 필수적인 시각을 최상의 상태로 유지하는 것은, 먹이를 사냥하고 포식자로부터 달아나기 위해 필수적이었다. 그래서 여기에 문제가 발생하면 개는 고통과 불편함보다는 불안감을 느낀다. 개들은 불안할 때 평소와 다른 문제행동을 일으킬 수 있고, 예민해지기도 해서 가족을 물기까지 한다. 반려견 자신뿐만 아니라 가족의 삶의 질도 떨어질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반려견의 눈 건강은 어떻게 유지할 수 있을까? 이 방법은 다음 칼럼에서 소개하겠다.
문재봉 수의사ㆍ이리온 동물병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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