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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 #리뷰]‘로마의 휴일’, B급 표방한 C급 무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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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 #리뷰]‘로마의 휴일’, B급 표방한 C급 무비

입력
2017.08.30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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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의 휴일'이 30일 개봉한다. 메가박스플러스엠 제공
'로마의 휴일'이 30일 개봉한다. 메가박스플러스엠 제공

코믹함으로는 내로라하는 배우 임창정, 공형진, 정상훈이 영화 ‘로마의 휴일’로 뭉쳤다. 하지만 이 영화는 관객의 수준을 우습게 보는 웃음코드로 점철돼 있다. 마치 임창정의 전작 ‘치외법권’처럼 말이다.

‘로마의 휴일’은 삼총사의 묵직한 리더 인한(임창정 분), 맏형이지만 부족한 기주(공형진 분), 순수한 막내 두만(정상훈 분)이 인생역전을 위해 현금수송 차량을 털다가 우연히 나이트클럽에 숨어들면서 인질극을 펼치는 내용이다.

분명 배우들이 뛰어놀기 쉬운 장르이며, 임창정-공형진-정상훈 모두 이미 가지고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매력적인 배우들이다. 이에 최근 팔딱팔딱 뛰어노는 듯한 말맛과 호흡을 보여주며 ‘브로 코미디’로 호평을 받은 ‘청년경찰’에 이어 이 작품 역시 배우 특유의 매력과 서로 붙었을 때의 케미스트리를 기대케 했다. 하지만 이 작품에는 배우들이 뛰어놀 만한 어떤 장면도 없다. 극중 끊임없이 깊이도 재미도 없는 말을 주고받는 배우들은 자신들의 매력조차 드러낼 수 없었다. 세 사람의 케미스트리는 그저 ‘친구 따라 강도되기’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영화에서 강조하는 것은 삼총사가 전문 범죄자가 아니라 마음 따뜻한 인물이라는 것이다. 이를 강조하기 위해 삼총사는 인질을 잡아놓고도 삼겹살과 소주를 먹으며 여유를 부린다. 이는 인질들이 충분히 도망갈 수 있는 상황을 제공해 극의 긴장감을 떨어뜨린다.

여기에 삼총사가 평소 ‘을’로 살아왔던 사람이라는 점을 당위성으로 부여한다. 총이라는 무기를 갖게 된 삼총사는 ‘갑’을 혼내주면서 서민을 위한 홍길동이 되고, 인질들은 범인들에게 동조한다. 하지만 강도들이 착하지만 물건을 훔치고 총을 휘갈긴다는 모순은 이렇게 쉽게 설득돼도 되는 것일까. 범인이 인질에게 조금 친절하게 굴어줬다고 해서 옹호를 하는 것이 맞을까. 심지어 범인들의 행위는 홍길동과 같은 신념에 의해서라기보다는 우연히 발생하는 해프닝 정도일 뿐인데 말이다.

범인을 착한 사람으로 만들었다면 악은 그 반대에 있는 사람이다. 삼총사를 잡으려고 하는 집단은 경찰과 특공대 두 팀이다. 인한을 인간적으로 대하며 그의 고통을 이해하려는 안 반장(강신일 분)을 위시한 경찰은 따뜻한 모습을 보이지만, 특공대는 경찰과 달리 무력으로 범인을 진압하려고 한다. 그러나 특공대는 악의 축이라는 역할을 다하기 위해서인지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을 만들어 억지스러움을 자아낸다.

삼총사만큼 중요한 인물들은 100여 명의 인질들이다. 범인과 인질들은 일주일 동안 기묘한 동거를 시작하면서 각자의 사연을 풀어낸다. 다만 배경인 나이트클럽에서의 깡패 및 포주와 여자들의 관계는 남성적인 시선에서 한치의 오차도 벗어나지 않아 불쾌함을 준다.

'로마의 휴일'이 30일 개봉한다. 메가박스플러스엠 제공
'로마의 휴일'이 30일 개봉한다. 메가박스플러스엠 제공

이런 구조를 통해 ‘로마의 휴일’은 코미디로 시작해서 휴머니즘으로 끝맺으려는 시도를 한다. 사이에 액션과 느와르, 로맨스적인 부분도 담겼다. 한 영화에 여러 장르가 혼합된 것은 때론 매력적일 수 있지만 이도저도 아닌 경우엔 관객을 혼란스럽게 할뿐이다. 이 영화 역시 여러 요소를 섞어 넣었지만 특출 난 것은 없다.

‘로마의 휴일’에서 가장 잘 해내야 했던 것은 코미디다. 하지만 폭소는커녕 미소조차 지을 만한 장면이 없다. 이런 분위기는 초반부터 예상하게 한다. 영화는 안 반장이 인질극 신고를 받는 것으로 시작한다. 한 베이커리 가게에서 그는 아재개그라고 말하기에도 민망한 수준의 농담을 던진다. 20년 전 어르신들이 했을 법한 실없는 농담이지만 여기서는 마치 아주 재미있는 농담인 것처럼 표현된다.

그나마 가장 독특한 코믹 시퀀스로는 차가 충돌되는 모습을 슬로우모션과 함께 낭만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꼽을 수 있다. 하지만 바로 액션신이 이어지며 이 영화의 톤앤매너를 종잡을 수 없게 만든다.

코미디는 웃기지 않으면 답이 없다. 그것도 찍는 본인들만 재밌었다면 관객에게 곤란함을 선사할 뿐이다. 앞서 진행된 언론시사회에서 이덕희 감독은 올드한 코미디 같다는 지적을 받고 “블라인드 시사회를 7번 진행했는데 다들 재밌다고 하더라. 자신감을 얻었다”고 말했다.

예상과 달리 왜 임창정을 묵직한 캐릭터로 만들었냐는 질문에는 “영화는 인물 배치가 중요하다. 전부 다 코미디를 하면 영화가 뜬다. 잘 한 선택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대답했다. 차별화도 좋지만 더 중요한 건 코미디를 기본으로 했다면, 적어도 한 사람은 제대로 웃기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는 것에 있다. 관객들은 ‘로마의 휴일’을 B급 코미디로 예상하고 있지만, 웃기지 않다면 이때의 B급은 긍정적 의미가 아니라 정말 질적으로 수준 낮은 것을 의미하고 만다. 30일 개봉.

이주희 기자 leej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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