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나가라는 소리 아닙니까. 겨우 살아보겠다는 사람들을 두 번이나 울리다니요.”
개장 일주일도 되지 않은 대구 서문시장 4지구 대체상가 베네시움이 운영 잡음을 빚고 있다. 화마로 삶의 터전을 잃은 베네시움 입주 상인들은 베네시움 관리단의 갑질과 대구시의 방관에 두 번 눈물짓고 있다.
29일 오후 5시 개장 나흘째를 맞은 베네시움은 하루 종일 작동이 중단된 에어컨 탓에 찜통, 그 자체였다. 베네시움 관리단 측이 제시한 추가 계약 조건을 상인회 측에서 이행하지 않자 물리력을 행사한 것이다. 에어컨 시스템이 있는 별관 5층 사무실 문은 관리단 측에서 굳게 잠궈 버렸다.
관리단 관계자는 “베네시움 상인회가 2년 6개월간 무상 임대한 것은 본관으로, 에어컨 작동 시스템이 있는 별관 사무실을 사용하려면 보증금 5,000만원에 월 임대료 500만원을 별도로 지불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입구가 열려있는 1층은 그나마 다행이었다. 윗층으로 올라갈수록 열기는 더했고, 4층 구석 점포에서는 대프리카(대구+아프리카)를 실감해야 했다. 고층 상인들은 급하게 선풍기를 구해왔지만 손님들의 발걸음을 잡기에는 역부족이었다.
1∼2층 간 에스컬레이터도 하루 종일 먹통이었다. 지난 27일에 이어 두 번째 고장이었다. “엉망진창”이라며 혀를 차는 손님들의 푸념에 추석 대목을 앞둔 상인들은 속상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의류를 파는 상인 A씨는 “화재로 수천 만원의 피해를 입고 9개월 간 폐인처럼 살았다”며 “새롭게 시작하려 했더니 재앙이 다시 찾아왔다”며 한숨지었다.
베네시움 상인회는 지난 21일부터 관리단 측으로부터 7차례의 내용증명을 받았다. 관리단 측은 ▦별관 사무실 임대료와 ▦전기ㆍ도시가스ㆍ수도 사용료 등 담보 보증금(10억원) ▦무상임대기간 전 사전 입주금(2억3,642만원) ▦주차장 사용료 월 800만원 ▦판매시설 외 현금자동지급기, 건물 내 자판기, 매점 등에 대한 권한 없음 ▦내부 시설 수리비(14가지 항목) 등을 추가 요청했다.
상인회 임원단이 협상을 시도했으나 관리단 측은 ‘보증금 10억원을 3억원으로 삭감해주겠다’며 보증금 우선 납부를 요구했다.
상인회 측은 이날 오후 5시 246개 점포에서 190여 명이 참석한 전체 총회를 열고 만장일치로 “보증금을 낼 수 없다”고 결의했다. 상인 B씨는 “화장실보다 더러웠던 건물을 깨끗하게 만들어놨더니 뒤늦게 계약서에도 없는 조건을 내미는 건 악랄한 횡포에다 갑질”이라고 주장했다.
관리단 측은 뒤늦게 보증금 3억원 대신 보증보험증권을 제출하는 합의안에 동의했으나 별관 사무실 임대료 등에 대해서는 추후 협의를 남겨두고 있다. 대구시 관계자는 “당사자간 계약이어서 시가 직접적으로 나설 수는 없으나 빠른 해결을 위해 중재하겠다”고 말했다.
베네시움은 30일에도 여전히 에어컨이 작동되지 않으면서 손님들의 발길이 뜸했다. 오성호 서문시장 4지구대체상가 상인회장은 “베네시움이 제대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해결할 문제가 산더미처럼 쌓여있다”며 “대구시와 관리단 모두 최선의 방안을 마련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윤희정기자 yooni@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