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미대사 돌고 돌아 조윤제 내정
안보 경험 없어 우려 목소리도
주일 이수훈 내정ㆍ주중 노영민 확정
주러 오영식ㆍ장호진ㆍ우윤근 거명
문재인 대통령은 30일 주미대사에 조윤제(65) 카이스트 금융전문대학원 초빙교수, 주일대사에 이수훈(63) 경남대 국제관계학과 교수를 각각 내정했다. 주중대사엔 이미 내정됐던 노영민(60) 전 의원이 그대로 기용됐다. 2012년과 2016년 대선에서 문 대통령을 도왔던 캠프 핵심인사들이 주요국 대사에 발탁되면서 향후 공관장 인사에서도 큰 폭의 외부 수혈 등 외교부 개혁이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청와대 춘추관 브리핑을 통해 신임 대사 내정 결과를 밝히고 “당사국에 임명절차 동의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주요 4강 대사 인선은 정부 출범 122일 만으로, 문 대통령은 해당국가를 상대로 아그레망(주재국 승인) 절차를 거쳐 공식 임명한다.
조윤제 내정자는 지난 대선 당시 문 대통령의 싱크탱크인 ‘정책공간 국민성장’ 소장을 맡았으며, 주미대사에 비(非)외교관 출신이 기용될 것이란 전망 속에 주미대사 후보에 거론됐다. 또 참여정부에서 대통령 경제보좌관과 주영대사를 지냈고,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 5월 말 문 대통령 특사로 유럽연합(EU)와 독일을 방문했다.
조 내정자는 당초 문 대통령의 제안을 받았으나 한국은행 총재직을 희망하며 고사했다. 그러나 마땅한 카드를 찾지 못한 청와대가 애초 낙점한 조 내정자를 설득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박 대변인은 조 내정자에 대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북핵 등 굵직한 외교 현안을 해결하는 가교 역할을 훌륭히 수행해 한미동맹 강화와 국익증진에 기여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러나 한반도 안보위기 상황에서 북미관계와 북한문제를 다룬 경험이 없는 조 내정자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없지 않다.
이수훈 내정자는 참여정부에서 대통령자문 동북아시대위원회 위원장을 지냈으며 문 대통령 당선 이후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외교ㆍ안보분과위원장을 맡았다. 2012년 대선 당시 캠프 내 남북경제연합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며 문 대통령과 여러 번 호흡을 맞춰왔다. 박 대변인은 “동북아 정세에 대한 탁월한 식견과 경험을 바탕으로 복잡하게 얽혀 있는 과거사 문제를 매듭 짓고 한일 관계의 미래지향적인 발전을 이끌어내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노영민 내정자는 3선 의원 출신으로 2012년 대선 때 문 대통령(당시 대선후보)의 비서실장, 지난 대선에선 선대위 공동 조직본부장을 맡은 최측근 인사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배치와 경제 제재 등 경색된 대중외교를 원만히 풀어야 하는 과제를 맡게 됐다.
4강 대사 중 주러시아 대사도 조만간 인선이 마무리될 전망이다. 오영식 전 의원과 장호진 전 총리 외교보좌관이 거명되는 가운데 최근 우윤근 국회 사무총장도 후보군에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김회경 기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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