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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정부 인맥 ‘참정인’
금감원장, KDB산업은행 회장 등친정부 인사들 기용 가능성
낙하산 논란 되풀이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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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장 업무파악 1년 반 걸려
적응할 때쯤 퇴임 상황 반복
“인사에 최소한 원칙 지켜야”
“금융은 정책의 연속성과 외부로부터의 독립성이 중요한데 늘 ‘변화’를 명분으로 낙하산 인사가 들어왔다. 그래서 변혁이 이뤄졌나? 대부분 정권이 바뀌자마자 뒤탈이 났다.”(A은행 임원)
정부의 금융권 고위직 인사 검증이 막바지에 이르면서 업계가 잔뜩 긴장하고 있다. 금융당국부터 민간기업까지 적지 않은 ‘참여정부인맥’(참정인) 출신들이 유력하게 거론되면서 해묵은 낙하산 논란도 되풀이될 것으로 보인다.
코드 인사에 불을 지핀 것은 금융감독원장 자리다. 차기 금감원장으로 유력한 김조원(60) 전 감사원 사무총장(본보 18일자 19면)은 행정고시(22회)에 합격한 뒤 감사원에서 공직 기간의 대부분을 보내다 2003년 참여정부에서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에 임명되며 승승장구한 이다.
새 KDB산업은행 회장으로 거론되고 있는 이동걸(64) 동국대 초빙교수 역시 노무현 정부에서 금융감독위원회 부위원장 등 요직을 거쳤다. 여기에 노무현 전 대통령과 부산상고 동문인 김지완(71) 전 하나금융지주 부회장이 차기 BNK금융 회장 최종 면접에 오르면서 민간기업까지 ‘친 정부’ 낙하산 논란이 확산됐다.
곧 불어 닥칠 금융권 인사 태풍을 앞두고 업계는 복잡한 심경을 내비치고 있다. 대통령과의 친분을 등에 업고 초반에는 위세를 과시하다 결국 초라한 말로를 맞은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명박 정권에선 ‘4대 천왕’이 득세했다. 김승유 전 하나금융지주 회장,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 어윤대 전 KB금융지주 회장, 강만수 전 KDB금융그룹 회장은 이 전 대통령과 고려대 동문 또는 소망교회 인맥으로 당시 금융권 고위층에 가장 큰 세력을 형성했다. 하나금융이 2012년 매물로 나온 외환은행을 사 들여 단번에 자산기준 2위로 도약하고 산업은행이 KDB다이렉트로 대표되는 소매금융으로 사세를 확장한 것도 이때다. 하지만 이들은 정권이 바뀐 뒤엔 각종 혐의로 당국의 조사나 재판을 받아야만 했다.
박근혜 정부 시절엔 이들이 비운 자리를 서강대 인맥인 ‘서금회’가 속속 채웠다. 홍기택 전 KDB금융그룹 회장, 이덕훈 전 수출입은행장, 홍성국 전 대우증권 사장 등이 대표 인사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 공기업은 국내외 정책과 연계된 업무가 복잡해 외부에서 온 새 기관장이 이를 파악하는 데엔 1년 반 정도가 걸린다”며 “적응을 하면 금세 정권 말기라 퇴임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낙하산 인사에도 최소한의 원칙은 지켜져야 한다고 지적한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정부의 금융 정책을 구현한다는 점에서 금융 당국이나 공기업에 친정부 인사가 배치되는 건 가능하다고 본다”며 “다만 기본적인 전문성은 갖추고 있어야 내부의 반발도 적고 정책도 제대로 구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는 “금융감독원은 감독 역할이 크기 때문에 한국은행처럼 정치적 독립성과 자율성이 중요한 곳”이라며 “금감원장의 임기는 보장하겠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도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강아름 기자 sara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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