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ㆍEUㆍ영국 등도 북한 규탄 입장 발표
러시아 제재 무용론 띄우며 중국과 보조 맞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9일 북한의 태평양을 향한 중거리 탄도미사일 발사 후 첫 공식입장을 통해 “모든 옵션이 테이블 위에 있다”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발표한 백악관 공식성명에서 “위협과 안정을 해치는 행위는 지역 내는 물론 세계적 차원에서 북한 정권의 고립된 처지를 강화할 뿐”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이어 “세계는 북한으로부터 크고 분명한 최신 메시지를 받았다”며 “이 정권은 이웃 국가는 물론 유엔의 모든 회원국과 국제사회가 행동으로 수용할 수 있는 최소한의 기준을 경멸했다”라고 강조했다.
백악관은 또 미사일 발사 후 트럼프 대통령이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40분간 통화한 사실을 언급하며 “양 정상은 북한이 미국ㆍ일본ㆍ한국에 중대하고 직접적인 위협을 가하고 있으며 이는 여타 국가에도 결국 위협이 될 것이라는 데 동의”했고 “북한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고 국제사회에도 이 압박에 동참하도록 적극 설득”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아베 총리는 백악관 공식 성명에 앞서 양 정상의 통화 내용을 공개한 바 있다.
‘모든 옵션이 테이블 위에 있다’는 표현은 트럼프 대통령을 비롯해 대북정책에 관여하는 미 고위 관계자들이 자주 사용해 온 표현으로, 무력 행사부터 외교적 접근까지 모든 수단을 배제하지 않고 대북 협상 카드로서 가능성을 열어 두겠다는 원론적인 의미로 해석되고 있다. 다만 AP통신은 과거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을 향해 “화염과 분노”란 표현을 사용한 것을 상기시키며 무력 사용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 데에 방점이 찍혀 있다고 봤다.
한편 유엔과 유럽연합(EU)ㆍ영국ㆍ러시아 등 세계 각국의 지도자들도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일제히 규탄했다. 유엔의 안토니우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29일 사무국 성명을 통해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지역 안보와 안정을 저해하고 대화를 조성하려는 노력을 무력하게 한다”며 “국제적인 의무를 충실히 이행하고 통신 채널을 재개할 것을 촉구한다”라고 밝혔다.
EU의 페데리카 모게리니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이날 “북한이 일본 열도를 지나는 미사일을 발사한 것을 규탄한다”며 “오늘 중으로 긴급 소집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결과를 전적으로 지지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북한의 무책임한 탄도 미사일 발사”를 비판하고 “프랑스는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끌고 올 모든 수단을 실행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30일부터 도쿄 방문을 앞두고 있는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도 이날 대변인 성명을 통해 “북한의 무모한 도발에 분노하며 불법적인 미사일 실험을 강하게 비판한다”고 밝혔다. 메이 총리는 미사일 도발에도 불구하고 30일부터 내달 1일까지 예정된 도쿄 방문을 취소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걸프 국가들과 카타르의 대립을 해소하기 위해 아랍에미리트(UAE)를 방문 중인 러시아의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교장관 역시 “북한이 유엔 안보리의 결의를 전적으로 존중해야 한다”고 밝혔다.
다만 러시아 인테르팍스통신에 따르면 카자흐스탄 아스타나를 방문한 세르게이 랴브코프 외교부 차관은 “안보리에서 서방 주도의 제재를 강화하는 새로운 행보가 예상되지만 이는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것”이라며 제재 강화 대신 북한과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같은 날 화춘잉(華春塋)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정례브리핑에서 “북핵 문제는 압력을 강화한다고 해결할 수 없다”고 주장한 것과 보조를 맞춘 것으로 해석된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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