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 F-15K 폭격 훈련 이어
현무 미사일 발사 동영상 공개
정부, 독자적 제재 방안 강구
마땅한 실효적 카드 없어 고민
북한의 중장거리탄도미사일(IRBM) 도발 후 군은 전투기 F-15K를 동원한 북한 전쟁지휘부 폭격 훈련으로 즉각 대응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강력한 대북 응징 능력을 과시하라”고 지시했고, 미군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도 논의되고 있다. 국제사회의 경고에도 멈추지 않는 북한의 도발에 무력시위 등 고강도 대응에 나선 것이지만, 실효성 있는 대북 제재안이 마땅치 않다는 점은 정부의 고민이다.
문 대통령은 29일 북한 도발 직후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열린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내용을 보고 받은 뒤 대북 응징 능력 과시를 지시했다. 이 지시에 따라 공군은 F-15K 4대를 출격, 북한 전쟁지휘부가 있는 지하벙커를 파괴하는 데 동원될 MK-84 폭탄 8발 투하 훈련을 실시했다. 국방과학연구소도 24일 실시한 사거리 500㎞ 탄도미사일 현무-2B 1발과 사거리 800㎞ 현무-2C 2발 발사 동영상을 공개했다. 우리 군이 언제든지 도발에 맞서 북한군 지휘부를 공격할 수 있다는 강경한 메시지를 전달한 것으로 해석된다.
윤영찬 국민소통수석은 “NSC 상임위는 북한의 도발이 대단히 엄중하다고 평가하고 북한의 추가 도발 가능성에 철저히 대비해 강화된 경계 태세를 유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북한 도발이 보고되자 대응책 마련을 위해 긴박하게 움직였다. 청와대는 오전 7시 정 실장 주재로 NSC 상임위를 소집하고 40분간 대응책을 논의했다. 문 대통령의 NSC 전체회의 주재 가능성도 거론됐지만, ICBM(대륙간탄도미사일)급 도발이 아니라는 점을 감안해 NSC 상임위로 대체됐다. 문 대통령은 NSC 상임위 이후 정 실장,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 등이 참석한 참모진 확대회의를 진행했다.
정 실장은 NSC 상임위 이후 오전 8시 50분부터 15분간 허버트 맥매스터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전화통화를 갖고 양국 간 공동 대응방안을 논의했다. 청와대는 “양측은 북한에 대한 효과적인 억지를 위해 전략자산 전개를 포함한 광범위한 대처 방안뿐 아니라 유엔 안보리를 통한 추가 대북제재 추진 등을 협의했다”고 밝혔다. 맥매스터 보좌관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문 대통령의 대북정책과 한국 정부의 북한 도발 대응 조치를 전폭 지지한다고 전했다”며 “한국에 대한 미국의 방위공조는 흔들림이 없다. 안심하라”고 말했다고 윤 수석은 전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도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과의 전화통화에서 보다 강력한 대북제재 방안을 강구하고, 북한의 도발을 유엔 안보리에 회부해 논의키로 했다.
정부도 북한의 잇단 도발에 독자적 제재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문 대통령도 지난달 29일 북한의 ICBM급 ‘화성-14호’ 발사 직후 NSC 전체회의에서 “필요 시 우리의 독자적 대북제재를 부과하는 방안도 검토하기 바란다”고 지시한 바 있다. 그러나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등 남북교류가 중단된 상황에서 실효적 방안이 마땅치 않다는 점이 고민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대북 제재가 국제 공조를 통해 진행되는 상황에서 선택지가 많지 않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김덕룡 민주평화통일자문위원회 수석부의장 임명장 수여식에선 “오늘도 북한의 미사일 도발이 있었지만 그럴수록 반드시 남북관계의 대전환을 이뤄야 한다”며 “민주평통에서 그러한 역할을 잘 담당해 달라”며 대북 제재와 대화 병행 기조를 재확인했다.
김회경 기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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