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텍사스주에 상륙한 허리케인 ‘하비’가 루이지애나주 등 인근 지역에까지 폭우를 쏟아내면서 천문학적인 피해를 낳고 있다. 텍사스주 최대 도시인 휴스턴이 정상화되기까지 수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전체 피해액 규모로는 200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 참사를 넘어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그레그 애벗 텍사스 주지사는 28일(현지시간) 하비로 인한 피해 상황을 발표하며 “미국에 닥친 가장 큰 재난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애벗 주지사는 “(하비) 이전의 일상으로 복귀는 전혀 기대할 수 없다“라며 “텍사스 전역에 과거와 다른 ‘뉴노멀’(새로운 표준)이 왔음을 인정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최소 45만명이 재산 등 피해를 입은 상황에서 조기 복구는 불가능하다고 공표한 것이다. 이날까지 하비로 인한 사망자는 10명으로 추정되며, 3만여명이 구조 당국과 자원봉사자들의 도움을 받아 대피소로 몰려들고 있다.
피해액으로 환산 시 하비는 최근 허리케인 중 가장 높은 비용을 발생시킬 것으로 보인다. 현재까지 텍사스주 내 시설 복구 비용 및 재산 피해액만 수백억달러로 전해지며,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하비로 인한 전체 피해액을 최대 1,000억달러(약 112조6,500억원)로 내다보는 의견도 있다. 카트리나 참사는 보험금 지급 기준으로 807억달러의 피해를 낳았다. 경제분석기관 무디스애널리틱스의 수석경제학자 애덤스 캐민스는 “최근 어떤 허리케인보다도 손해가 막대할 수밖에 없다”며 “홍수 피해 지역 일부는 주택 밀집도가 매우 높은 곳”이라고 지적했다.
하비는 소멸할 기세를 보이지 않은 채 계속해서 피해 지역을 넓히고 있다. 기상 당국은 하비가 30일 휴스턴 동쪽의 텍사스주 보몬트를 지나 루이지애나주, 아칸소주 방향으로 북상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카트리나 악몽을 겪은 루이지애나주에는 남서 지역을 중심으로 최대 20인치(508㎜)의 폭우가 내릴 전망이다. 존 벨 에드워즈 루이지애나 주지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승인 아래 해당 지역에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김정원 기자 garden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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