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국방당국, ‘화성-12형’ 가능성에 무게
김정은 체제서 정상 각도로 가장 멀리 쏴
우리 군은 29일 북한이 발사한 탄도미사일을 최대 사거리가 3,000㎞인 중거리급 미사일로 일단 평가했다. 그러나 북한이 9일 미국령 괌 포위 사격에 쓰겠다고 밝힌 중장거리탄도미사일(IRBM) ‘화성-12형’일 가능성에 더 무게를 싣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군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북한의 이번에 쏜 미사일에 대해 “군은 현재 중거리 탄도미사일 계열로 평가 중”이라고 밝혔다.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북한은 이날 오전 5시 57분쯤 평양 순안 일대에서 탄도미사일 1발을 발사했다. 이 미사일은 일본 상공을 지나 발사 지점에서 약 2,700㎞ 떨어진 북태평양에 떨어진 것으로 파악됐다. 우리 군 기준상 사거리가 1,000∼3,000㎞인 탄도미사일은 중거리탄도미사일(MRBM)로 분류된다.
그러나 군은 내부적으로 이날 발사된 북한 미사일이 ‘화성-12형’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보는 것으로 전해졌다. 화성-12형은 북한이 5월 14일 시험 발사에 성공한 IRBM이다. 당시 수직에 가까운 고각 발사 방식으로 발사된 화성-12형은 비행 거리 780여㎞, 최고 고도 2,110여㎞를 기록해 정상 각도인 30∼45도로 쏠 경우 최대 사거리가 4,500∼5,000㎞로 추정됐다. 군은 북한이 이번에 화성-12형의 액체 연료량을 줄여 사거리를 줄인 것으로 분석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IRBM급 이상의 탄도미사일을 정상 각도로 쏜 것은 처음이다. 군 관계자는 “고각 발사는 아니다”라며 북한이 이날 정상 각도로 중거리급 미사일을 쏜 것으로 보고 있음을 시사했다.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 집권 이후 북한이 정상 각도로 가장 멀리 쏜 탄도미사일인 셈이다.
북한 탄도미사일이 일본 상공을 통과한 것도 처음이다. 군 관계자는 “과거에도 대포동 미사일이 두 차례 일본 상공을 통과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대포동은 북한의 장거리 로켓으로, 인공위성을 탑재한다는 점에서 탄두를 장착한 무기인 탄도미사일과는 다르다는 게 북한 주장이다. 그러나 일본 교도통신 등에 따르면 미사일과 로켓을 막론한 북한 발사체가 일본 열도 상공을 통과한 건 이번까지 총 5차례다. 1998년 8월 31일 ‘대포동 1호’를 시작으로 2009년 4월 5일 ‘대포동 2호’, 2012년 12월 12일 ‘은하-3호’, 2016년 2월 7일 ‘광명성-4호’가 일본 하늘을 넘어갔다.
북한은 이번에 평양 순안 비행장 일대에서 미사일을 쏜 것으로 알려졌는데, 북한이 순안비행장 일대에서 탄도미사일 발사를 감행한 것 역시 처음이다.
군 관계자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 직후 동해상에서 작전 중이던 우리 해군의 이지스구축함과 공군의 탄도탄조기경보레이더가 이를 포착했다”고 밝혔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 움직임을 사전 포착했는지에 관해서는 “북한 동향에 대해 면밀히 감시하고 있었다”고 강조했다.
군 관계자는 북한의 도발 의도에 대해서는 “한미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에 대한 반발 차원의 무력 시위, 탄도미사일 발사를 통한 미국 증원기지 타격 능력 과시, 유리한 전략적 여건 조성 등이 목적인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본 정부도 이번에 북한이 발사한 탄도미사일이 화성-12형일 공산이 크다고 보고 있다. 일본 공영 방송 NHK에 따르면 오노데라 이쓰노리 일본 방위상은 이날 취재진에 “탄도미사일의 비행 거리를 감안하면 노동이나 스커드 미사일이 아니라 5월 14일 북한이 동해로 고각 발사한 중거리탄도미사일일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그는 미사일이 낙하 당시 3개로 분리됐는데 이를 자위대가 파괴하지 않은 것은 “일본으로 날아올 가능성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일본 전문가들 사이에선 북한의 이번 미사일 발사가 미국의 대북 레드라인(금지선)이 어디까지인지 가늠해 보려는 의도라는 분석이 나온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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