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브이아이피’는 기획 귀순한 북한의 VIP가 범죄를 벌이는 상황에서 남한의 경찰, 북한의 군인, 그리고 CIA의 명령을 받는 국정원이 서로 자신의 목적에 따라 그를 잡아들이려는 이야기다. 극중 장동건은 VIP의 범죄를 은폐하려는 국정원 요원 박재혁 역을 맡았다. 자신의 임무에만 집중하는 캐릭터를 위해 그는 튀는 것보다 ‘평범함’을 입는 노력을 해야 했다.
장동건은 “신경 쓴 것은 수트 핏을 평범하게 하려고 한 것이다. 코트는 두 치수 정도 크게 입었다. 안경을 쓴다는 설정은 시나리오에 있었는데 내가 안경이 안 어울리는 편이다. 안경 쓰면 변장한 것 같은 느낌이 든다.(웃음) 100여개 써보고 가장 자연스러운 것을 골랐다. 안경은 단순 설정이 아니라 카메라로 인물을 잡았을 때 눈빛이 잘 안 보이면서 실루엣으로 드러나는 모습을 표현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영화 속 시간이 흘러가면서 외적으로 달라진 모습도 보인다. ‘브이아이피’의 처음과 끝은 현재 시점이고, 영화의 가운데 부분은 과거 이야기다. 박재혁은 원래 현장을 뛰는 요원이었지만 한 사건 이후 사무직으로 일을 옮긴다.
장동건은 “현장에서 일할 때는 햇빛도 더 받았으니까 그을렸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가장 쉬운 건 헤어스타일을 바꾸는 것이다. 사무직 장면에서는 상당 부분 가발을 붙였다. 요즘 가발 기술이 많이 발전 했구나 싶었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박재혁은 입에 담기조차 힘들 정도로 잔인한 범죄를 저지르고 다니는 소시오패스 김광일(이종석 분)을 감춰주는 역할을 한다. 그렇다면 박재혁은 스스로를 악역이라고 생각했을까. 장동건은 “현실적인 인물이라고 생각했다. 체제에 순응하는 사람이라 마음속에 정의가 있지만 애써 누르면서 산다. 영화엔 안 나오지만 개인적으로 박재혁은 가정이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회사에서 승진해야 하고 회사 말을 들어야하는 것이다. 마침 능력도 있기 때문에 회사에서 보면 좋은 직원이 된다”라고 설명했다.
※ 아래 인터뷰에는 영화 ‘브이아이피’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처음부터 채이도(김명민 분)와 리대범(박희순 분)이 자기 신념에 의해 움직인다면 박재혁은 CIA 요구에 따라 움직이다가 마지막엔 CIA와 상관없이 자신의 길을 걷는다. 오히려 김광일 편에 섰던 박재혁이 그를 쫓게 되는 상황은 극에서 가장 흥미로운 지점이기도 하다. 다만 그 감정이 사적인 것인지 공적인 것인지는 밝혀지지 않는다.
장동건은 “사건을 겪으면서 마음의 변화가 있지만 영화에서는 이 감정을 얼마만큼 드러내느냐가 문제였다. ‘뺄셈’의 작업이었다. 감독님과 그때그때 감정을 보여주면 마지막에 재미가 없을 것 같다는 얘기를 했다. 처음엔 불안했지만, 한 장면씩 쌓여가니까 ‘이게 맞겠구나’ 싶었다”라고 전했다.
이어 “채이도와 다리에서 만날 때 조금 더 감정을 드러내는 연기도 했었다. 관객들이 기대하는 브로맨스 부분일 텐데 완성본에서는 뺐다. 마지막에도 박재혁의 심경 변화는 불투명하게 보여준다. 다만 그때는 박재혁이 일을 벌여도 되는 상황이 이미 만들어진 거였다”고 덧붙였다.
박재혁은 관객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잔인한 행위를 하는 데까지 나아가기도 한다. 하지만 그는 분노는커녕 어떤 감정의 동요도 보여주지 않고, 덕분에 영화는 더욱 차가워진다. 장동건은 “임무완수 같은 느낌이었을 거라고 본다. 자기가 해야 할 일을 끝내고 나서 허탈한 마음이었을 것이다. 일을 끝마치고 퇴근 후 집에 돌아가는 느낌이다. 하지만 관객은 통쾌함을 느꼈으면 좋겠다. 마지막 장면은 과하다고 할 수도 있지만 통쾌함을 위한 행동이다”라고 말했다.
이주희 기자 leej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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