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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할 오늘] 허리케인 카트리나(8.29)

입력
2017.08.29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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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8월 미국 남부로 상륙한 허리케인 카트리나.
2005년 8월 미국 남부로 상륙한 허리케인 카트리나.

허리케인 카트리나(Katrina)가 2005년 8월 29일 미국 남부 루이지애나 버라스-트라이엄프에 상륙했다. 최고 시속 280km 강풍과 큰 비를 동반한 카트리나는 미시시피와 앨라배마 주를 휩쓴 뒤 31일 오후 11시 소멸했다. 이재민 110만 명, 공식 사망ㆍ실종자는 2,500여 명에 달했다. 미시시피 강 유역의 재즈 도시 뉴올리언스는 도시 80%가 침수되며 최악의 인명ㆍ재산 피해를 입었다. 전기와 수도, 통신이 끊겼고, 강ㆍ절도와 강간, 방화, 총격전 등이 이어져 도시 전체가 근 일주일 동안 치안 부재ㆍ무정부 상태로 전락했다. 자연 재난에 의한 그 사고는, 미국(인간) 사회의 취약성과 인류 문명의 한계를 드러낸 사건이기도 했다.

뉴올리언스는 미시시피 강의 퇴적토로 형성된 도시로, 미국의 상업 및 산업과 더불어 강의 수운으로 성장했다. 사람들은 물줄기를 따라 취락을 형성했고, 부족한 땅은 간척으로 확장했다. 하지만 간척을 위해 쌓은 제방은 토사의 유입까지 막았고, 지하수가 빠지면서 매립지 지반은 해수면보다 최대 3~4m 낮아졌다. 강이 만들어갈 마른 땅을 제방과 간척으로 앞질러 가지려 한 데 대한 보복인 양, 물은 제방을 무너뜨리며 도시를 삼켰다. 카트리나의 침수 지도는 간척된 습지 지도와 거의 포개졌다.

강의 물줄기를 더 요긴하게 이용하고자 건설 및 산업 자본은 뉴올리언스 습지를 가로질러 강과 바다를 잇는 ‘산업 운하’ 등 세 개의 운하까지 팠다. 그 과정에 자연 방파제 역할을 해주던 맹그로브 숲 등 광범위한 습지 식물 서식지를 훼손했다. 운하는 폭풍 해일의 도시 유입 통로가 됐고, 부자유스러운 분기와 합류 지점의 제방들이 붕괴했다. 그 거칠고 느닷없는 물줄기들이 더 많은 인명 피해로 이어졌다.

부시 정부의 재정 감축 등 ‘작은 정부’ 기조, 2001년 9ㆍ11 사태 이후 연방재난관리청(FEMA)의 국토안보부 편입 및 조직 약화 등이 재난 대응 및 복구력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미쳤다는 게 2007년 미 의회조사국 보고서 내용이었다. 뉴올리언스 주민 150만 명 중 약 68%가 흑인이었고, 상대적으로 가난해 주로 저지대에 거주한 탓에 피해도 컸다. 흑백 격차 및 차별과 갈등도 저 재앙 와중에 미국 사회가 감당해야 했던 ‘사회적 재난’이었다.

최윤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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