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버섯’ 연대보증 폐지, 도덕적 해이 막을 장치 있나
‘독버섯’ 연대보증 폐지, 도덕적 해이 막을 장치 있나
정부가 내년 상반기부터 ‘금융의 독버섯’으로 불리는 연대보증을 전면 폐지하겠다고 밝혔지만 이에 따른 법인 실소유주의 도덕적 해이를 막기 위한 대비책도 함께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연대보증 폐지로 인한 대출 금리상승과 대출한도 축소 등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용보증기금ㆍ기술보증기금 등 정책금융기관을 포함해 은행, 보험사, 저축은행 등 금융권에 현재 남아 있는 연대보증 의무는 기업의 실질적 소유주에 국한돼 있다. 2012년 당시 김석동 금융위원장이 “연대보증은 3대를 멸하는 독버섯”이라며 가계대출과 개인사업자 대출에서 연대보증을 폐지한 결과다. 단 개인사업자의 법적 대표자(속칭 바지사장) 외 실제 경영자가 있는 경우에는 실 경영자가 연대보증을 서고 있다. 법인도 최대주주와 지분 30% 이상 보유자, 배우자 등 4촌 이내 친족 지분 합계 30% 이상 보유자는 연대보증 대상이다.
김 전 위원장에 이어 신제윤 전 금융위원장은 저축은행, 보험사 등 제2금융권으로 연제보증 면제를 확대했다.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은 창업 5년 이내 기업 대표가 신ㆍ기보 대출 보증을 받을 때 개인의 연대보증을 서지 않도록 하는 조치를 취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시중은행과 저축은행, 보험사 등은 법인 신용대출 시 실제 경영자에게 연대보증을 일괄 적용해왔다. 회사가 부도나면 그 대표가 연대보증으로 인해 빚을 떠안고 채무불이행 등으로 재기가 어려워지는 구조는 크게 바뀌지 않은 셈이다.
이 때문에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공약으로 연대보증 폐지를 내걸었다. 이 공약은 국정기획위원회를 거쳐 지난 25일 금융위원회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확정됐다. 이달부터 정책금융기관으로부터 보증ㆍ대출을 받으려는 창업 7년 이내 기업을 대상으로 법인대표의 연대보증을 폐지하고, 내년 상반기엔 이마저도 ‘책임경영심사’를 통해 전면 폐지하겠다는 게 골자다. 정부는 연간 2만4,000명의 기업인들이 최대 7조원 규모의 연대보증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금융위는 또 정책금융기관뿐 아니라 시중은행 등 도 연대보증 전면 폐지에 동참하도록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민간 금융회사들도 법인 대표 연대보증이 감소하는 추세인데다가 대통령 공약이라는 점에서 연대보증 완전 폐지에는 일단 동의하는 분위기다. 한 은행 관계자는 “신생기업 등 법인대출의 상당 부분이 정책금융기관의 보증서를 기반으로 한 보증부 대출이어서 비중이 크지 않은 법인 신용대출에 연대보증을 면제하는 것은 큰 무리가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각에선 실제 경영자에 대한 연대보증이 그간 완전 폐지되지 못한 이유가 고의적인 부도 후 채무 탕감 등 도덕적 해이를 방지하기 위한 것이었다는 점에서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일부 악덕 법인 실소유주가 고의 부도를 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 법인 신용대출의 경우엔 경영자의 도박 등 위험요소까지 판단한 뒤 연대보증을 통해 대출이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는 “정부가 말한 책임경영심사 기준이 뭔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책임경영심사의 구체적 내용은 아직 마련되지 않았다. 이 관계자는 이어 “연대보증 폐지 시엔 이런저런 위험요소들이 반영돼 대출금리가 상승하고 대출규모가 축소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이대혁 기자 selecte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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