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유라는 개념에 대해 다소 거부감을 느끼게 했던 에리히 프롬의 ‘소유냐 존재냐’라는 책이 있다. 실존양식으로 분류하면 두 종류의 인간이 있다는 내용이다. 하나는 소유형(having mode) 인간, 다른 하나는 존재형(being mode) 인간이다. 소유형 인간은 축적한 돈 땅 명성 신분 지식 자식 기억 등에 묶여 있다. 반면 존재형 인간은 오로지 ‘지금, 여기’를 추구한다. 욜로(Yolo)족과 일맥 상통한다. 소유와 탐욕을 떠나 존재를 즐기는 능동적인 삶이다. 프롬은 이런 관점에서 자본주의의 과잉소비와 부의 불평등을 비판한다.
▦ 미래학자 제레미 리프킨은 다른 관점에서 소유를 본다. 그의 책 ‘소유의 종말’은 소유에 대한 새로운 접근법을 제시한다. 원제목 ‘The age of access’이 말해주듯 시장은 네트워크에 자리를 내주고 소유가 접속(access)으로 바뀌는 추세라고 했다. 재산이 사라진다는 것은 아니다. 재산을 빌려주거나 사용료를 물리는 방식으로 전환된다. 물적 재산이건 지적 재산이건 교환이나 구매보다는 접속하는 쪽을 선택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책이 발간된 2000년에는 미래가 접속의 양식으로 전환될 것인가에 의문이 없지 않았다.
▦ 17년이 지난 지금 보니 세상은 리프킨의 예측한 접속의 사회로 이행하고 있다. 리프킨의 개념은 공유경제와 연결되어 있다. 소비 기반 경제는 퇴조하고 공유ㆍ개방ㆍ연결을 특징으로 하는 새로운 경제가 출몰했다. 에어비앤비는 객실 하나 없이 4년 만에 세계 최대 호텔 체인인 인터컨티넨탈 호텔 그룹 규모의 객실을 확보했다. 우버 역시 택시 한대 없이 세계 각국에서 택시영업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차량 공유 서비스업체가 흔하다. 자전거를 비롯 고가의 옷이나 액세서리 가방 사무공간 등도 공유대상이 됐다.
▦ 점포가 없는 카카오뱅크도 출범 한달 만에 300만개의 계좌를 확보하면서 시중은행을 위협하는 ‘메기’가 됐다. 카카오톡이라는 막강한 플랫폼이 은행과 고객 간 접속의 교두보가 된 덕이다. 이 시스템에서는 편의점이 지점 역할을 대신할 수 있다는 것도 흥미롭다. 순식간에 수신금액이 2조원에 달하고, 대출 금액도 1조5,000억원에 육박한다. 한 가지 생각이 고개를 든다. 주택은 공유경제의 대상이 될 수 없는 걸까. 소유에 집착하지 않고 공유를 추구한다면 집값ㆍ전셋값이 크게 오를 일도 없을 텐데 말이다. 미련한 상상일까.
조재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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