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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국립민속박물관 세종시 이전 옳은 결정 아니다

입력
2017.08.28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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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복궁에 위치한 국립민속박물관 용산 이전계획은 본래 김대중 정부의 아젠다였다. 2000년부터 2017년 4월까지 17년 동안이나 관련 학회, 전문가, 한국문화정책개발원, 한국문화관광연구원, 문화체육관광부 등이 치밀하게 준비하고 기획해 추진해온 국책사업이었다. 기획재정부 예산타당성 심사도 마쳤다. 국가 100년 대계로 통일문화의 핵심인 민족문화 교육센터 건립을 주창하며 외세가 100여년 간 점령했던 용산 국가공원 내에 국립민속박물관을 이전 건립하는 것으로 2015년 이후 공론화를 마친 상태이기도 했다. 그런데 최근 100대 국정과제 중 실천과제의 하나로 선정돼 세종시 이전으로 하향식 결론이 난 후 문 대통령에게 보고하는 절차만 남았다고 한다.

국립민속박물관의 문제는 국정자문위원회가 지방문화 활성화와 국가 균형발전 등의 거창한 정치 슬로건을 앞세워 하루아침에 바꿔버릴 사안이 아니다. 서울 경기지역 2,400만 명 국민이 즐겨 찾고 연인원 300만 명의 외국인 관람객이 방문하던 국립민속박물관이다. 이런 최고의 문화 창출기관을 상주인구 20만에 불과한 세종시의 소규모 박물관으로 전락시키고자 하는 이유를 5,000년 민속문화를 지키며 전승해 온 국민은 알고 싶어 한다.

정책 결정이 특정 집단에 의해 또는 권력 주변의 일부 문화지성들에 의해 이루어질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인지 모른다. 하지만 이는 법적 책임과 권한을 부여 받지도 않은 정치집단 일각의 전횡에 다름 아니다. 민족문화에 대한 애정과 소명의식을 가진 문재인 대통령은 국정 지지율 80% 이상의 고공행진을 향유하고 있다. 미래 성공의 확신이 불확실한 섣부른 문화정책 결정은 과감하게 정리함으로써 국민에게 행복과 미래 비전을 가져다 주는 문화 대통령으로서의 이미지를 심어야 한다.

기실 민속박물관이 정말로 가야 할 자리는 지금의 청와대 터이다. 왜냐하면 서울 장안에서 청와대 자리만큼 흉한 터를 찾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역대 대통령들의 말로가 그 증거다. 민속이라고 하는 무형문화는 흉지에서 더 번창하는 법이다. 지금의 민속박물관을 연간 300만 명 넘는 관람객이 찾는 이유는 그 터가 명성황후가 참혹하게 시해 당한 흉지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청와대가 가야 할 자리가 세종시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꿈꿨던 도시가 아닌가. 한국 민족문화의 과거ㆍ현재ㆍ미래를 담아 문화 일번지 경복궁에서 세계문화와 소통하는 역할을 수행했던 박물관법상 대표 민속박물관인 국립민속박물관이 세종시에서 과연 그 역할과 기능을 온전히 수행할 수 있을지 냉정히 판단해 보아야 한다.

정치와 문화의 변화와 전승은 국민행복 정책의 정통성(Identity), 전통성(Traditionally), 적의성(Relevance)이 없으면 오래가지 못한다. 일시적 힘과 단편적인 판단에 휩쓸려 정책을 결정하고 실행하면 반드시 후회하게 된다. 국립민속박물관 이전 문제는 충분한 공론화 과정을 거칠 필요가 있다. 시민 배심원단을 구성하여 이전, 반대, 연기 등의 의견도 청취하고, 방송사의 끝장토론, 빅데이터 조사 등 여론조사도 해봐야 한다. 미래가 뻔한 책임질 수 없는 정책 결정과 위임 받지 않은 권력의 남용은 국민을 설득할 수 없으며, 무책임한 결정이 될 뿐이다.

김인회 전 연세대교수ㆍ한국박물관교육학회 명예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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