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 양지원] 장동건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미남 배우다. 잘생긴 외모로 데뷔와 동시에 대중의 사랑을 받았고, 여태껏 ‘미남’계보를 잇고 있다. 하지만 미남으로 산다는 게 마냥 즐겁지만은 않은 모양이다. ‘우는 남자’(2014년) 개봉 후 공백기 동안 연기에 대해 슬럼프를 느꼈고 자기애가 점점 사라지기도 했다. 다행히도 ‘7년의 밤’을 촬영하며 다시금 흥미를 되찾았고, 더 새롭고 다양한 작품에 출연하자고 결심했다. 이는 ‘브이아이피’(23일 개봉)의 박재혁을 연기하게 된 결정적 계기가 됐다.
“박훈정 감독의 작품이라 기대감이 상당했다. 물론 ‘신세계’와 비교했을 때 유사성이 없지 않지만 ‘브이아이피’는 이야기 자체가 확장된 느낌이라 마음에 들었다. 가상의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리얼리티를 느꼈다.”
‘브이아이피’는 장동건의 첫 멀티 캐스팅 영화다. ‘친구’(2001년) ‘태극기 휘날리며’(2004년) ‘마이웨이’(2011년) 등 장동건이 돋보인 작품과는 다르다. 김명민, 박희순, 이종석이 모두 똑같이 어우러지는 영화다.
“요즘 멀티캐스팅 영화가 유행인 건 알지만 ‘내 분량이 적은 것 아닌가?’라는 생각도 했다(웃음). 그렇지만 ‘브이아이피’는 예전의 나였어도 꼭 했을 작품이다. 예전에는 작품이 들어왔을 때 70이 장점이고, 30이 단점이면 30을 크게 생각해서 고사했다. 그렇지만 지금은 70을 보고 작품을 선택한다. 박훈정 감독의 신작이라는 점과 탄탄한 스토리가 70을 차지했다.”
영화에서 장동건이 연기한 박재혁은 사회적인 지위와 성공을 중요시 하면서도 가슴 한 켠에 일말의 정의감이 남아 있는 인물이다. 사이코패스 김광일(이종석)이나 열혈 형사 채이도(김명민)와 달리 좀처럼 감정 표출을 하지 않는 캐릭터이기도 하다.
“처음에는 연기하면서 좀 답답함을 느꼈다. 이미 벌어진 상황에서 느끼는 감정이 있는데 그걸 표출을 하는 게 아니니까. 그렇지만 영화를 찍으면서 ‘아, 이게 맞는 거구나’라고 생각했다. 박재혁은 현실적이고 능력이 있는 사람이다. 일반적인 회사원의 모습이랄까? 연기를 하면서도 많이 공감했다.”
사실 아직까지 장동건의 대표작은 ‘친구’와 ‘태극기 휘날리며’로 꼽힌다. 작품 활동을 안 한 것은 아니지만 관객에게 제대로 평가를 받을 기회가 없었다. ‘마이웨이’ ‘위험한 관계’ ‘우는 남자’등 스크린 작품의 연이은 흥행 실패가 원인으로 작용했다.
“박중훈 선배가 진행하는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했는데 실시간 댓글을 확인해보니 대부분 ‘마지막 승부’ ‘친구’ ‘태극기 휘날리며’의 이야기를 하더라. 이 긴 세월 동안 이 작품들이 아직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나고 나니 흥행이 참 중요한 것 같다. 결과가 좋아야 같이 고생한 사람들이 행복하다.”
연기의 갈증을 작품으로 해소하기 위해 나선 장동건은 어느덧 ‘다작 배우’의 길을 걷고 있다. 하반기 ‘7년의 밤’ 개봉을 앞두고 있고, 동시에 ‘창궐’ 크랭크인도 예정돼 있다. 아내 고소영 역시 드라마 ‘완벽한 아내’로 10년 만에 배우로 복귀해 대한민국 주부의 모습을 현실성 있게 표현해 시청자들의 호평을 얻었다.
“워낙 아내가 드라마를 같이 보는 걸 싫어해서 방송 기간에는 거실에 나가지 못했다(웃음). 무엇보다 드라마를 하면서 굉장히 본인이 즐거워하면서 촬영해 보기 좋았다. 촬영 전 설레여 하는 게 눈에 보였다.”
연예계 대표 스타부부인 이들을 한 화면에서 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 장동건은 “함께 작품에 출연해 연기할 일은 없을 것 같다”며 멋쩍게 웃었다.
“아마 고소영이 안 한다고 할 거다. 연기를 같이 한다는 게 어렵지 않을까? 보는 분들 입장에서도 마음이 편하지 않을 것 같다. 우리 부부는 한 번도 동반 CF를 찍은 적이 없다. 노출 되는 게 부담이라기보다 얄미워 보일 것 같아서다. 나란히 나와서 광고를 찍으면 그렇게 썩 좋아 보일 것 같지는 않다.”
장동건은 ‘신사의 품격’(2012년) 이후 좀처럼 드라마에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40대 ‘꽃중년’들의 일과 사랑을 그린 이 드라마는 시청자들의 뜨거운 사랑을 받았다. 여전히 ‘신사의 품격’의 김도진을 기다리는 시청자들이 많다.
“굉장히 운이 좋았다고 생각한다. 40대 중반의 남자들이 할 수 있는 로맨틱 코미디 장르가 쉽게 기획되지 않지 않나. 그 때 마음껏 로코 연기를 해서 여한이 없다. 이제 로코는 좀 자제해야 하지 않을까? 우아한 중년 멜로 같은 작품이 있으면 좋을 것 같다.”
양지원 기자 jwon04@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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