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덕 눔코리아 대표
“건강해지려면 자극적인 음식 섭취를 줄이고 운동량을 늘려야 합니다.” 이미 잘 알고 있는 조언을 해 주는 의사 앞에서 잠시나마 반성의 시간을 갖기도 했지만 저녁 메뉴로 매운 닭발과 소주 한잔을 떠올리는 우리는 이미 병원 문을 나서면서 그 조언을 까맣게 잊었거나, 알면서도 모른척하는데 익숙해졌는지도 모른다.
25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눔코리아 본사에서 만난 정수덕 눔코리아 대표는 이런 현실이 자사 대표 서비스 ‘눔코치’가 필요한 이유라며 말을 시작했다. 정 대표는 “의사가 아무리 말해도 관리가 잘 안 되는 게 바로 생활습관”이라며 “의사가 병에 대한 진단과 처방을 내린다면 우리는 병을 예방하도록 일상을 관리해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눔코치는 비만인을 위한 체중관리 프로그램, 초기 당뇨환자를 위한 당뇨관리 프로그램, 당뇨병 전 단계에 적합한 당뇨병예방 프로그램 등을 제공하는 모바일용 건강관리 소프트웨어(앱)다. 식사 기록, 걸음 수 측정 등은 무료로 이용할 수 있고 월 4만8,900원~8만9,900원인 유료 프로그램을 구매하면 정해진 기간 본인의 건강 상태에 맞는 맞춤형 관리를 받을 수 있다.
식단과 운동방법 등을 조절해 주는 맞춤형 관리는 임상영양사, 심리학 전공자, 헬스 트레이너 등 전문가로 구성된 코치진이 앱 안에서 1대 1 대화를 통해 건강을 관리해 준다. 뱃살이 고민인 30대 직장인이라면 사무실 운동, 집에서 하는 복근 운동 등 개인에게 적당한 하루 임무를 부여하고 회식 때 조심해야 할 음식 종류 등도 알려주는 식이다.
눔코치를 운영 중인 눔(Noom)은 구글 출신 정세주 창립자가 2008년 설립, 미국 뉴욕 내 창업단지인 ‘실리콘앨리’에 본사를 두고 있다. 한국 법인 눔코리아는 2013년 설립됐다. 한국과 미국을 비롯해 일본 독일 영국 캐나다 등 글로벌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눔코치는 초기 체중 관리 서비스에 집중하다 점차 당뇨, 고혈압 관리 등 만성질환 예방 프로그램으로 영역을 확장했다. 정 대표는 “20년 전까지만 해도 후천성면역결핍증(AIDSㆍ에이즈), 결핵 등 전염병이 의학적으로 가장 큰 숙제였지만 이제 현대인들을 괴롭히는 건 당뇨, 고혈압, 고지혈증과 같은 만성질환“이라며 “만성질환의 근원이 생활습관이기 때문에 잘못된 습관을 바로잡아 건강을 찾게 해주는 게 눔코치의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정 대표는 “건강 관리 프로그램의 역량을 검증받으려면 운동량 증가, 체중 감량 등 실증 데이터로 입증해야 한다”고 자신감 있게 말했다. 눔은 약 2년 동안 서비스 이용자 중 84%가 프로그램 완주에 성공했고 이 중 64%는 체중의 5% 이상을 감량했다는 근거 수치로, 올 4월 눔코치가 모바일 서비스로는 최초로 미국 질병통제센터(CDC)의 당뇨 예방 프로그램 공식 인증을 획득하는 성과를 거뒀다. 눔코치가 당뇨 예방 효과가 있다고 인정받은 것으로 내년 1월부터는 미국 공공의료보험관리기구(CMS)로부터 보험 수가를 받게 됐다.
시중에 건강 관리 앱은 수없이 많지만 눔코치는 전 세계 4,700만명의 이용자를 확보하고 구글 앱장터 건강 부문에서 5년 가까이 매출 기준 1위를 기록 중이다. 가장 큰 경쟁력으로 정 대표는 ‘행동과학적인 접근’을 꼽았다. ‘어떻게 하면 사람의 행동을 바꿀 것인가’에 대한 연구들을 기반으로 철저히 수요자 중심의 서비스를 설계했다는 의미다. 금전적인 유인책(인센티브)을 주거나 비슷한 사람들 사이에 섞여 있을 때 체중 감량 효과가 크다는 기존 학계의 연구에 기반, 환급 프로그램과 그룹 관리 서비스 등을 제공 중이다.
정 대표는 “한때 일일이 식단을 입력하는 게 불편하다는 고객 의견을 반영해 사진만 찍어도 바로 음식 종류가 입력되도록 했었지만 기록과 공유가 편해지니 체중 감소 효과가 떨어지는 역효과가 났다”며 “찾아보니 식단을 직접 입력할 때 살이 두 배 더 잘 빠진다는 임상 결과가 있어 다시 직접 입력으로 바꿨다”고 말했다. 이런 식으로 다양한 연구 결과와 달라지는 사용자 습관을 서비스에 반영하느라 1,000번 넘게 눔코치 서비스 갱신(업데이트)이 이뤄졌다고 한다.
그동안 축적된 방대한 양의 빅데이터와 각 국가에 맞는 서비스 현지화 노력도 눔코치의 강점이다. 눔코치는 전 세계 이용자들이 기록한 음식 섭취 기록 15억건을 확보하고 있고 코치와 유료 사용자 사이 오간 대화 데이터도 550억건이나 쌓여있다. 앞으로 빅데이터를 분석하는 기계학습 기술 접목에 박차를 가해 더 다양한 이용자들에게 섬세한 솔루션을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정 대표는 “일본 서비스에서는 1,200여개에 달하는 초밥 종류를 모두 반영한 식단 데이터베이스(DB)를 운영하고 한국 이용자들에게는 특히 잦은 직장 술자리에서 필요한 관리 방법을 다양하게 알려주는 등 각 나라의 문화에 맞게 서비스를 바꿔 제공하고 있다”고 밝혔다.
눔코치가 기업간거래(B2B)에서도 점차 성과를 내는 것은 추가 성장 가능성을 높여주고 있다. 네이버 자회사 라인 등 국내 주요 기업이 눔코치를 임직원 복지 서비스로 채택했고 버라이즌 등 미국 내 기업 고객도 100곳을 돌파했다. 정 대표는 “미국처럼 고용주가 사보험사와 계약을 맺고 직원이 아플수록 고용주 의료보험 부담이 커지는 환경은 눔코치의 필요성이 높을 수밖에 없다”며 “앞으로 더 다양한 만성질환으로 관리 영역을 넓혀 현대 의학만으론 풀기 어려운 문제를 해결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맹하경 기자 hkm0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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