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아시아에서 남자들은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고, 여자들은 남편보다 아이들을 더 중시합니다. 결혼으로 맺어진 부부는 서로 사랑하고 동등해지는 것이 최우선입니다. 동등한 파트너임을 알리는 ‘가족선언문’은 그래서 필요한 겁니다.”
예수그리스도 후기성도교회(몰몬교) 북아시아 지역회장에 취임한 로버트 게이(66) 장로를 최근 서울에서 만났다. 게이 장로는 하버드대 기업경제학 박사를 받은 뒤 대형금융투자회사에서 오랜 기간 근무했다. 투자회사 베인 캐피털의 상무로 15년간 근무하면서 대선 후보 미트 롬니와 함께 일하기도 했다. 롬니도 몰몬교 신자여서 친분이 아주 깊다. 최근엔 직접 투자회사를 차렸으나 교회의 부름을 받고 아시아로 날아왔다.
다산으로 유명한 몰몬교답게 게이 장로는 가족의 가치를 무척 강조했다. 비혼, 만혼이 유행인 시대에 쉽지 않은 얘기다. 게이 장로도 자녀가 7명이다. 그는 “미래 전망이 불투명해서 그렇다고들 하는데 결혼할 무렵의 나이 대에 인생에 대해 얼마나 멀리, 깊이 알 수 있겠느냐”며 “모든 인생에는 문제가 있기 마련이며, 결혼하지 않고 아이 낳지 않는다고 문제가 없어지는 것도 아니다”고 말했다. 출산에 대해 “아이에게 뭔가를 말해도 아이는 들은 척도 하지 않는 경우가 많지 않느냐”며 “내 경험에 비춰보면 자녀가 많을수록 우리는 훨씬 겸손해진다”면서 웃었다. “가족과 공동체의 가치를 널리 알리고 싶다”고도 했다.
일궈놓은 사업체를 놔두고 생소한 아시아에 오는 것이 아쉬울 법도 하지만 그는 담담했다. “모두 정상에 올라가는 것만 좋아해서 내려오는 법을 배우지 않는다. 결국 내려와서 돌아가야 할 곳은 집인데도. 그간 정상에 오르기 위해 일궈놓은 것들이 있지만, 이제는 내려올 준비도 해야 할 때다. 그런 의미에서 교회의 부름을 기쁘게 받아들였다.”
조태성기자 amorfat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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