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남준만큼 인정받는 한국 예술가
중력 느끼지 않는 미지의 생물체
강렬한 빛-색 채워진 대형 전시장
전시장 곳곳 압도한 작가의 지배욕
“설명 만들어 두고 작업하지 않죠”
보고도 어쩐지 봤다고 할 수 없는 전시. 서울 소격동 아트선재센터에서 열리는 설치 작가 구정아(50)의 국내 첫 개인전 ‘아정구’가 그렇다.
구정아는 프랑스 파리 퐁피두센터에서 개인전을 연 백남준 이외의 유일한 한국 작가라는 수식어로 간명하게 설명되는, 세계 미술계에서 통하는 작가다. 이번 전시에 각각 2,3분짜리인 신작 3D 애니메이션 ‘미스테리우스’와 ‘큐리우스’를 내놨다. ‘우스(ousss)’는 구 작가가 발명한 가상의 공간이자 그 공간을 가리키는 언어. 외계인으로도, 어린 아이로도 보이는 생물체가 대형 화면을 유영한다. “다른 작업을 하다 3D 애니메이션을 우연히 하게 됐다. 중력을 느끼지 않고 뛸 수 있는 고능력ㆍ고지식의 인간을 캐릭터로 만들어 봤다. 작품을 설명할 언어를 만들어 두고 작업을 하지는 않는다. 작품의 의미를 말로 한정하고 싶지 않다.” 난해한 작품을 그저 “그냥…”이라고 설명하는 작가의 고집스럽고도 분방한 철학.
2010년 미국 뉴욕 댄 플라빈 아트 인스티튜트에서 선보인 공간 설치 작품 ‘닥터 포크트’도 옮겨 왔다. 작품은 전시장 한 층을 통째로 썼다. 바닥에 깐 형광 분홍색 장판이 빛을 반사해 온통 강렬한 분홍색으로 물들인 커다랗고 어질어질한 공간. 빛과 색으로 전시장 구석구석을 지배하겠다는 작가의 욕망에 압도된다. 벽에는 작가의 ‘심리 지도’라는 드로잉 60점이 걸려 있다.
전시와 마찬가지로, 구 작가도 영원히 만나 봤다고 할 수 없는 것 같은 인물이다. 그는1991년 프랑스 에콜데보자르(국립미술학교)로 유학을 떠난 뒤 내내 유럽ㆍ미국에서 활동했다. 그는 “작가는 작품으로만 존재한다”며 한국 출신 학교를 비롯한 ‘작가의 콘텍스트’를 꽁꽁 숨겼다. “천착하는 주제는 따로 없다. 전시 초대를 받으면 해당 지역에 가서 지역의 특성과 사람들의 행동, 사고 방식 등을 파악하며 아이디어를 짜낸다. 전시 제목이 왜 ‘아정구’냐고? 제목이 있어야 한다고 하기에, 내 이름을 뒤집어 가상의 구역을 즉흥적으로 만들어 봤다. 양천구, 종로구처럼.” 작품에 얹는 ‘말’이 넘치는 작가는 분명 아니다. 전시는 10월22일까지.
최문선 기자 moon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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