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 탁신 前총리 활동 근거지
英 건너가 망명 신청할 듯
군부가 의도적 묵인 가능성도
재임 중 쌀 수매 과정의 부정부패를 묵인한 혐의로 기소돼 최종 선고를 앞두고 있는 잉락 친나왓(50) 전 태국 총리가 현재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두바이로 도피한 상태이며, 추후 영국으로 건너가 망명을 신청할 것으로 보인다.
27일 AFP통신은 태국 정부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잉락이 태국에서 개인용 비행기를 이용해 싱가포르를 거쳐 두바이로 갔다”고 보도했다. 현지 일간 방콕포스트도 잉락 지인의 말을 인용, “현재 잉락 전 총리가 오빠인 탁신 친나왓 전 총리와 함께 두바이에 있다”고 전했다. 잉락이 소속된 푸어타이당의 한 소식통도 로이터통신에 “우리는 그녀가 지난주 캄보디아와 싱가포르를 거쳐 두바이로 도피했다고 전해 들었다”고 밝혔다.
두바이는 잉락 전 총리의 오빠인 탁신 전 총리의 활동 근거지로, 탁신 전 총리 역시 부패혐의를 피하기 위해 두바이에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이어 “탁신은 여동생의 탈출을 오랜 기간 준비해 왔다”며 “그는 여동생이 단 하루라도 감옥에서 사는 것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잉락 전 총리의 최종 목적지는 영국이 될 것으로 예측된다. 소식통들은 “영국으로 건너가 망명 신청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탁신 전 총리는 한 때 영국 프로축구팀인 맨체스터시티의 구단주를 지내는 등 영국 내 기반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잉락 전 총리는 2011년 농가의 쌀을 국제 시세보다 50% 비싼 가격에 사들이는 수매 제도를 공약해 선거에서 이겼으나, 2014년 군부가 쿠데타를 일으켜 총리직에서 축출 당했다. 지난해 10월에는 쌀 수매 정책과 관련한 직무 유기 혐의로 기소됐다. 최고 징역 10년형이 예상되는 가운데, 지난 25일 돌연 건강상 이유로 대법원의 선거 공판에 출석하지 않았으며 이후 ‘망명설’이 불거졌다.
한편 방콕포스트는 한 소식통을 인용해 군부의 의도적 묵인 가능성을 제기했다. 소식통은 “잉락이 감옥에 갈 경우 정치적 불만이 불거져나올 수 있어서 군부 입장에서는 그녀가 떠나도록 두는 게 최선의 선택이었을 것”이라며 “치안 당국이 잉락을 감시해온 만큼 잉락이 그들을 속이고 슬며시 빠지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채지선 기자 letmeknow@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