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증 받아 생산 중인 모델에 한해
환경부 “인증시험 방법 강화 위해”
일부에선 “산업계에 휘둘린 조치”
미세먼지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는 경유차의 배출가스 기준 강화 계획이 1년 연기됐다. 당장 새 기준을 만족하는 차량 개발이 불가능하다는 자동차 업계의 요구에 정부가 밀린 탓이다.
환경부는 중ㆍ소형 경유차의 실내 인증시험 방법을 강화하기 위해 지난 6월 입법예고했던 ‘대기환경보전법 시행규칙’을 일부 변경해 28일 재입법예고한다고 27일 밝혔다. 당초 입법예고대로 오는 9월부터 새로 인증을 받아 출시되는 경유차의 배출가스 측정방법으로 국제표준배출가스시험방법(WLTP)을 도입하되, 이미 인증을 받아 생산 중인 모델은 2018년 9월부터 적용한다는 애초 계획을 1년 유예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WLTP는 2014년 유엔 내 ‘자동차 규제 국제표준화 포럼’이 유럽과 일본, 한국의 주행데이터를 수집해 국제기술규정으로 발표한 시험방법이다. WLTP를 적용하면 배출가스 측정을 위한 테스트 주행 기간, 거리, 속도 등이 대폭 늘어나기 때문에 배출가스 배출량 기준이 더욱 강화돼 국내 미세먼지 저감에 기대를 모았다.
애초 입법예고 당시 쌍용과 르노삼성 등 일부 자동차 제작업체들은 “신규 인증 차량에 대해선 이견이 없지만 이미 인증 받은 차량에 대해선 시행시기를 유예해달라”고 반발했다. 2018년 9월까지 규제를 만족하는 차량 개발이 불가능해 생산 중단이 불가피하다는 이유였다.
이에 환경부는 자동차 업계와의 협의를 통해 WLTP를 예정대로 시행하되 대응이 어려운 업체들은 전년도 출고량의 30% 범위 내에서 2018년 9월 1일부터 2019년 8월 31일까지 1년간 한시적으로 기존 유럽 연비 측정방식(NEDC)을 적용한 차량을 출고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환경부는 이 같은 유예로 미세먼지 성분인 질소산화물 배출량이 당초 예상(3,120톤)보다 약 377톤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업체들이 유예기간이라도 WLTP에 부합하는 차량을 앞당겨 출시하고 2019년 9월 1일부터 시행 예정인 실도로 배출가스 규제(RDE-LDV) 대응 기술도 함께 적용하기로 해 실제 질소산화물 증가량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환경부는 설명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WLTP를 예정대로 적용하되 지역 경제와 일자리에 미치는 영향 등을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환경부가 국민 건강을 외면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김동언 서울환경운동연합 정책팀장은 "이미 전 세계적으로 경유차 퇴출 방향이 자리잡고 있는 추세"라며 "국민 건강과 안전을 중심으로 사안을 판단해야 할 환경부가 산업계 목소리에 휘둘리며 책임을 방기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아름 기자 archo1206@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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